(아처) 사수대-전경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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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08 Vote: 1 )

오늘 역시 수업을 하나도 못 들어가고 말았다.
사실 나처럼 화, 수, 목 수업이 몰려 있는 사람에게는
그저께, 어제, 오늘 수업 중 그저께 1,2교시밖에 못 들어갔다란 사실은
다시금 [ 3고 ]를 되세겨 주기에 충분하다.

어쨌든 늦게 나마 학교를 달려 올라갔으나
지정된 강의실이 텅 비어있는 것이었다.

내가 강의실을 잘못 찾았나 하고 있을 무렵
난 수업이 이미 1시간 전에 끝났고,
내가 시계를 잘못 봤다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허탈한 마음으로 학교를 내려가는데
고딩 동문을 만난 것이었다.
이번에 97에 입학하게 된 친군데
간만에 만나는 것인만큼 너무도 반가웠다.
(난 사실 동문회에 잘 가지 않았다.)

수업에 들어가는 동기겸 후배를 잡고는
술을 마시자고 강제 주문했다.
결국 수업에 들어가 있는
다른 동기겸 후배를 삐로 불러내고,
또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을 모아
대낮부터 금잔디광장에서 술판을 벌였다.

세명이서 소주, 막걸리 11병을 까고
오늘 3시부터 있을 예정이었던
등투에 사수대로 뛰기로 약속을 했다.

한 동기가 동양학부 97이었는데
같이 뛰자고 하는 바람에
우리 셋은 어느 새 동양학부 소속 사수대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거의 술에 취해 가물가물한 상태였기에
뛰는 것마저 힘에 겨웠는데
마스크를 쓰고 조금 뛰다 보니
헉~
바로 앞에 전경들이 쫘악~ 있는 것이었다.

1학년 때 나 역시 데모를 조금 해 봤지만
그렇게 전경들과 가까이서 하기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힘차게 구호와 노래를 부르고는
대학로로 향하는 우리의 길을 막고 있는 전경을 향해
몸으로 밀어 부치기 시작했다.

전경들도 역시 만만찮았다.
거의 밀리지 않았으며 우리는 수차례 시도했으나
고작 3m 미는데 그쳐야 했다.

전경들이 휘두르는 곤봉에
한 사수대 선배는 머리가 깨졌고,
난 주먹에 피를 내고 말았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선봉대로 투쟁했고,
다시 돌아와서는
동양학부에서 쿠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사수대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ps. 여전히 난 운동권의 구호에는 쉽사리 찬동할 수 없다.




자랑찬 칼사사 무적 두목
3672/0230 건아처


본문 내용은 10,20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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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