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September Rai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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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

1998년 9월 7일부터 1998년 10월 1일까지.
매일 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동거인들의 코 곯는 소리를 들으며
홀로 모포를 뒤집어쓴 채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는 일뿐.

밤은 깊어가는데 잠은 안 오고...
그리움만 쌓이던 때가 있었다.

ps. 사정상 약간의 편집을 하였습니다.
하던지 말던지. --+

군대에서의 첫 토요일 오후.
훈련병들의 널널함을 결단코 용서치 않으려는 조교들의 눈총속에서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고 있다.

지난 6日을 되돌아보면 그다지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제 겨우 6日이면 언제 28日이 오려나 하는 시간에 대한 암담함.
그게 문제다.

아직은 그렇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다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내 행동에 내 의지를 달고 싶다.
980912 14시 30분
공주 32사단에서...

이 밤이 지나가면 고될텐데...
새로운 7日을 위해 편안한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잠은 안 오고 머리 속은 공허하구나.

아무리 잘 예정된 상황도
철저히 준비하기엔 근면이 턱없이 부족하니...

아! 세상의 모든 선택은 너무도 순식간에 결정되는구나.
그게 운명이어라...

980913
32사단 4중대 4소대 9내무반
취침시간 후 아른한 백열등불 아래서

Mitsuru Adachi의 CROSSROAD가 보고 싶다.

군가 속에는 '어머니'라는 단어가 참 많이 나오건만
왜 내 그리움 속에는 어머님의 얼굴이 없는지...

해지는 시각, 문득 생각났다.
어머님의 얼굴이.

980917 19:45





여기는 대한민국 육군 32사단 신교대 4중대 4소대 9내무반.
시간은 22시 22분. 취침시간 22분 후.
담요를 뒤집어쓰고 끄적거리고 있는 중.

생각해보면 지난 1주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 2주차 일주일.
이제는 주중훈련을 모두 마치고 주말의 안락함을 기다리는 금요일 밤.

감기, 오른손 새끼손가락 부상, 그리고 처음으로 돋아난 사랑니로
현재 입대 이후 최고의 위기 중.

12日째. D-14.
빨리 10月 2日이 되어 내 소중한 자유를 다시 누리고 싶다.
ASWAN, 비트, 챠우챠우, 짬뽕, 칼사사, 부모님, THIS, 진로소주, 1998年 10月...
모든 걸 다시 갖고 싶다.

내일은 토요일. 이제 일단 자두자.
특별히 잠이 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전우들의 코 곯는 소리는 계속 높아만지누나!

980918 32사 신교대 4중대 9내무
모두들 잠든 가운데
홀로 담요를 뒤집어쓰고...





사회에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모두 잠든 시간이 내겐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다.

홀로 담요를 뒤집어쓴 채 가냘픈 손전등 불빛 아래서
이것저것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이곳 최고의 보람이다.

바람이 시원하다.
오늘 하루 하늘의 구름이 참 아름다웠다.
밤에 내린 소나기는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외딴 섬, 적막한 별장의 추억.
모두들 사라지고 전설만이 남아있는 추억.

시간이 흐르고 있다.
마음은 산뜻하게, 행동은 경쾌하게...

1998年을 즐기자.
1998年을 기억하자.

1996年-입학, 칼사사, 독립.
1997年-입원, 구속, 입대.
1998年의 기록들...

98.09.19. NIGHT
모포 속에서



간결하면서도
그 어느 문장보다도 명료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막을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있다.

980920 모포 속






1998年 9月 21日! 편지가 왔다.
그 한 통의 편지가
사람을 무척이나 기쁘게 했다.

내가 사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시절 생각들이 많이 났다.

D-11. 조금만 더 참자!

980921 in 모포




一家見에 대한 신용이 쌓인다.
무엇을 볼 수 있다는 것, 무엇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충분한 경험과 연구가 뒷받침 되어있을 때,
그 때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一家見이라는 것이다.
이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부끄러움들...
아! 나는 지금 얼마나 어리단 말인가!

980923 21:00 achor

약간은 피곤했으나 밤이 되니 역시 잠이 오지는 않는다.

'게임의 법칙', 그것의 유혹에 빠진다.
분명 거기에 미래는 없다.
그러나 현재가 너무 강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외모는 혜진, 정사는 희정.
모든 건 개인적이고, 동화 속 이야기는 아름답다.

980924
in 모포


순수와 非순수의 구분은 Kiss이다.
어쩐지 Kiss를 넘어서면 그것은 性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Kiss의 경계는 成人의 경계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순수한 사랑 얘기 최고의 Highlight는 항상 Kiss가 될 수밖에 없다.

980924 in 모포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가정적, 그리고 비가정적. 980924

이신우 일병의 그 애쓰는 모습! 980925 in 모포

"요번 겨울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기다려지지 않니?" from letter

너그러운 好人이 될 것인가, 힘을 지닌 强者가 될 것인가. 980926 in 모포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일즈음
사랑은 가슴속 깊은 곳에 전해진다.
리스본의 아침, 상쾌하여라.

980926 in 모포

겨우 7日이다.
19日이 지나갔다.
상황은 지속되고 있으나 미래가 보인다.

내일은 실사격이다.
잠을 자야겠다.

무언가 막 얘기하고 싶은데
머리속은 공허할 뿐이다.

조교의 동초 교육 소리가 들려오고,
전우들의 코 곯는 소리가 들려온다.
19日째 밤이 흐르고 있고,
상념이 유연하다.

ROUGH!
군번줄을 얻으러 가자!

980924 Night
in 모포








4주차, 마지막 주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시각 98.09.27 06시. D-5.
그 아득해보였던 28日이 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 지금 이 때가 어떤 기억으로 내게 남을 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결론으로 빠져들곤 한다.

남은 5日,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살아봐야겠다.

980927 06시 in 모포
담배를 몇 대 피고 와서


나의 여름은 가고 있다.
나의 여름은 가고 있다.
내 여름날은 가고 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루지 못한 채
흩날리는 먼지처럼
세상을 부유하다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나의 여름은 가고 있다.

수많은 아쉬움과 미련이 남겠지.
수많은 그리움으로 내 여름은 기억되겠지.

이렇게 흘러가버리면...
이렇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내 여름이 흘러가버리면...
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까?

마음껏 술에 취해 모든 걸 잊고
가을을 준비하고 싶다.
너무도 짧았던 내 여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하여 훗날 내 여름을 돌이켜볼 때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고 싶다.

자! 가자!
저 넓은 벌판에 새롭게 펼쳐진
가을을 위하여.

내겐 아직 힘이 있다.
강한 기개로 남은 여력을 불사르리라.

980927 06시 10분
in 모포









늦게 잠들었으나 새벽 일찍 깨어나 잠 못 이루고 있다.

문학과 음악...
사람에게 향기를 주는 요소같다.

문학과 음악에 적당히 빠져 삶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
그 향은 그 어떤 향수보다 짙고 매력적이다.

980927 새벽





모포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껏 상념을 꿈꿔보는 일.
그리고 조금 기록해두는 일.

人間이 생각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추억을 되집어볼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980927 새벽
in 모포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쉽게 잠 이루지 못한 채 상념속에 방황하고 있다.
23시가 되어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밖이 시끄럽다.
조교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나?

하찮은 욕심을 버려야한다.
있으나 없으나 별다름 없는 것들...
과감히 크게 호흡하곤 버릴 수 있어야한다.

大人이 되고 싶다.
작은 것에 연연함으로부터 벗어나 커다란 기개로 세상을 보고 싶다.

D-4가 다가오고 있다.
이곳의 생활들...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될 지...

(방금 지원이 담배 한 모금을 주었음)
(그래서 내무실에서 한 때 꺼내 피웠음)
이제는 남자가 어른이다 다시 시작이다
그 땐 그랬지...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980927 Night in 모포






1996年.
고작해야 칼사사 여름엠티, 그리고 X-mas의 데이트 정도.
1997年.
양자강에서 듣던 음악과 야경.
1998年.
6月의 방황, 술과 거리와 친구들.

980927 23:45






Mania 文化도 이런 것일지라.

소수 몇 명만이 공유하고 있다는 그 은밀한 약속.
'우리만의 것'으로 규정지어진 걸 함께, 아무도 몰래 갖고 있다는 것.

그 속에는 '우리'가 있다.
적대감이 아닌 우리.

그걸 노려야겠다.
우리 편을 만들기 위하여...

980927 23:50
D-4를 기다리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한 대 빨고 왔다.
정신이 아찔하다. 겨우 한 대에.

모든 훈련이 끝났다.
이제 대강 버티기만 하면 자유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난 준비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은 잘 해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줌에 감사한다.

적당한 도피와 적당한 그리움...
모두 삶의 활력소가 된다. 980930 00:35
D-2를 맞이하며 in 모포

더 좋은 시절도 많았을 것인데 이상하게도 지금 생각나는 기억은
1997년 가을, 그 때이다.

我處帝國은 쇠퇴해갔고, 62-3의 태동이 밝아오던 그 시절.
잔디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봤던 그 성대 들판.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그 성대 도서관.
한 명은 컴퓨터, 한 명은 기타, 한 명은 책을 들고 있던 62-3.

그것이 지금, 젊음의 기억이다.
다른 수많은, 더 기억할만한 추억들을 제치고...

981001 night in 모포


1998년 10월 1일 23시.
결국 4주가 흐르고 말았다.
모두 긴 꿈 같은 기분이다.
오늘 밤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9월 7일로 돌아갈 듯한...

그렇게 나가고 싶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고락을 나눈 전우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돌아와보니 모두 잠들었다.
이 아쉬움을 마구 이야기하고픈 밤이다.

소대서무계 담당 임두영병장, 이신우이병.
4소대 조교 박문순병장, 김강석상병.
전후조 9번 지동현, 11번 신민수.
소대서무계 1P 정준영, 2P 석영환, 3P 박창범, 5P 강새별.
중대장작업 정우철, 양성준, 나희돈.
훗날에 모두들 어떤 연으로 연결될 지...

이제 난 조금은 달라진 상황의 내 사회로 돌아간다.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칼사사, 실개사, 아스완...

정말 시간은 흐른다.
이렇게 흐르고 말았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다.
시원섭섭...

쉽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는 밤이다.

981001 23:10 in 모포
신교대 훈련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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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