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여름을 보내고 난 후
난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정말 그렇게 되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난 이제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 젤 좋아져버렸어.
저 감당할 수 없을것만 같은 열기와 작열한 태양과 파란 바다를 발견했거든."
사실 난 무척이나 더위를 잘 타는 편인데
웬일인지 가뜩이나 무더웠다는 요번 여름의 더위에
난 별다른 시달림을 겪지 않았던거였다.
그래서 그랬을거란 짐작을 해본다.
그렇게 되버린 줄만 알고 지내오던
난 다시 1998년의 겨울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겨울. 겨울.
이 겨울의 문턱에서 내 마음은
다시금 여름을 져버리고 겨울에게로 돌아서버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역시 겨울안엔 많은 것들이 있다.
벌써 한해가 다 져가고 있다는 그 아쉬운 한숨과
지나간 것들을 쭉 훑어보게되는 반성의 시간과
살을 베이듯 차디찬 신체와 마음의 고통과
무언가를 향한 웬지 모를 불안한 갈망과
성공과 실패의 갈림을 짓는 여러가지 시험들
'가위손'의 얼음가루처럼 쏟아지는 투명의 눈가루와
눈으로 온통 덮여있는 아무 소리도 없이 적막한
눈내린 아침의 도시와 전원의 그 고즈넉한 풍경과
무언가 설명 못할 허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허무감과 쓸쓸함에 아무말도 할수 없을것만 같은
오히려 그것이 알지못할 아름다움이 되버리고마는 그 하얀겨울바다의 이미지와
가을의 고독과는 다른 웬지모를 고통이 느껴지는 겨울의 그 고독감과
차가운 인상위로 웬지 모를 슬푼 눈을 가진 러시아 여인의 이미지와
'닥터 지바고'
창문에 바람 도는 소리가 들림에도 적막한 촛불하나 켜진 어두운 방
한때 타올랐다 잠잠해져버린 것들에 대한 쓸쓸한 그리움과
눈밭에 홀로 돋아있는 하얀 매화 꽃송이의 이미지와
한기를 달래기 위해 감싼 커피한잔의 온기와 향기와
그 이름만으로도 들뜨고 즐거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들으면 즐거울 노릇일수밖에 없는 동심의 캐롤송
더욱 다정해보이고 사랑이 깊어 보이는 거리의 연인들의 모습
한해를 마감하는 여러가지 행사들
한해를 시작하는 종소리와
그리고 12월 5일......
맹렬함과 혹한뒤에서는 보이지 않을 듯한
의외의 적막함과 은은함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겨울....
그 겨울의 모습이 여러분에게도 보이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