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허무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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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48 Vote: 20 )

예전에는 그런 적도 있었다.
하루만에 12명의 여자를 갈아가며 만났던 일.
....과 난 그런 걸 삽질,이라고 불렀었다. (991011 02:12 편집)

미팅에 나갈 때면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야 눈이 낮은 편이니 여자들이 왠만하면 괜찮아 보이지만
함께 참석한 친구가 힘든 표정으로
이런 폭탄은 상대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실 얼굴은 무진장 폭탄이었다.
친구에게 동감은 했다.
그렇지만 얼굴이 얼마나 에쁘냐가 다는 아닌 게다.
그녀는 아주 독특한, 폭탄맞은 헤어스타일에
하얀색 펄럭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아직도 미니스커트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실감한다.

그렇지만 혼자 좋은 표정 지을 수는 없는 일.
가볍게 술 한 잔 마시고 일어선다.

자, 이제 헌팅이다.
헌팅 한 두번 해보는 게 아니다.
결코 헌팅은 쉬운 게 아닌데,
떠벌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감만 넘친다.

자신있다며 미팅을 포기한 그 친구들은
막상 거리의 여성에겐 말 한 마디 못 붙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그리고 역시 실패했다. 훌쩍. !_!

헌팅당하는 여성의 심리는 뻔하다.
좋아, 마음껏 공주가 되거라. --;

다음 대안은 SKYLOVE!
우리는 가까운 PC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번개팅을 노렸다.
또다시 내 손에 걸렸다.

그런데 대학생.
대학생은 정말 싫다.
그래서 주저하고 있으려니
친구들이 가자고 재촉했다.

신천, 어색한 공간에서 처음 그녀들을 만났다.
외대에 다닌다던 그녀들은
중학교 중퇴한 내 친구들을 무시했다.

말 그대로 좆나 열받았다.
내 친구들이야 대학생이란 색다른 여성 만난다는 게 좋았던지
자신들이 무시당하는 지도 모르고 좋아했었는데
난 결코 대화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은 싫다.
그들의 거추장한 가식, 인간에 대한 무시, 지적 과시.

처음 미팅에서 만났던
고졸 직딩들이 아쉬워졌다.
세련된 말솜씨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들에겐 대학생들의 거짓꾸밈이 없었다.

이번 역시 술 한 잔 마시고 헤어졌다.
왠지 내가 죄스러워 술 한 잔 쐈다.

다른 대안을 또다시 계획하며 술집에서 나가려는 순간,
여자 셋 앉은 테이블이 보였다.
그럼 이번엔 부킹.

쉽게 성공한다.
꽤 성숙해 보였음에도 80년생 1학년이랬다.
게다가 무용과. 그런데 한체대 무용과. --;

이번엔 분위기가 좋았다.
여자들도 괜찮았는데,
헉, 연이어 마신 술에 헤롱거린다. --+

정신 좀 차릴 무렵, 그녀들은 떠나고 없다.

아, 젠장.
처음부터 계속 뒤집어 쓰기만 했다.
우리가 차버린 미팅은 이해한다고 하자.
그토록 오만했던 번개팅 대학생들, 술값이나 내고 갈 것이지.
그리고 부킹. 자기네끼리 마신 술은 자기네가 계산하는 게 부킹의 예의인데. --;

아직 한 탕 더 남아있었다.
홍대 앞에서 기다린다던 170, 165cm의 그녀들.
그런데 시간은 23시.
친구들은 연이어 일어나는 괴로운 일에 지쳤던지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홀로 신촌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막상 그녀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가겠다고 한 지가 2시간이 넘었는데,
다른 여자들 만나다가 이제와서 다시 찾아가는 건
너무 비양심적인 일이었다.

그리하여 신촌에서 친구를 불러내 또 다시 술 조금 마시곤
아침, 몽롱한 상태로 귀가.

미팅, 헌팅, 번개팅, 부킹, 데이트,
모조리 일어났던 하루였다.

오후 일어나 지갑을 보니 어제 찾아놨던 수표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_!
아, 젠장, 무진장 허무하다. --;

예전에는 그런 적도 있었다.
하루만에 12명의 여자를 갈아가며 만났던 일.
....과 난 그런 걸 삽질,이라고 불렀었다. (991011 02:12 편집)

그렇지만 그건 에전,
바람에 흔들리는 방황이 멋있어 보일 때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사람은 때를 맞춰가며 살아야할 것 같다.











98-9220340 권아처


본문 내용은 9,27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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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