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57 장미와 자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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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와 자는 법, 박일문, 문학수첩, 1996, 소설, 한국

제 목:'장미와 자는법'
99/10/11 01:48 읽음: 26 관련자료 없음

아처: 특별하게 꺼리를 생각해 오지는 않았다. 서로 자신의 느
낌을 말해보면서 소설을 가볍게 되짚어봤으면 한다.
윤정: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단순해서 토론거리가 있
을까,했는데 몇 가지 쉽게 이야기할 거리가 있었다고 생
각한다. 평소에 하는 생각들이 한 인물을 통해 그려지는데
좀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부담없이 가볍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몽테; 급하게 읽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용구성은 매끄러
웠지만, 그저 그랬다.
희경; 심오한 뭔가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스탄게츠(소제목)'까지
는 장황한 시도를 한데 반해 마무리가 별로였다. 주제는
뒷부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처리를 잘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으로 박일문이란 작가를 접했는데 인용되는 사
람,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자신감이 없어 도용했다는 느
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서문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쓰기 방법을 시도했다'라고
말하는 만큼 이 작품이 작가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승주; 전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었었는데, 그 작품이 더 재
미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일기와 같은 느낌이었고, 역시
대표작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쉽게 읽었다. 심각하지 않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현경; 모두들 이 책이 쉽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아찬마루: 아나키즘이란 것이 사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궁금
하다.
소현; 신선하다고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으
로 갈수록 식상해진다. 내용이 뻔하게 진행되고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관정이란 여자를 통한 사상의 변화를 한
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소설로 평가
하자면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닌 것 같지만, 나름대로 토론
거리는 있다는 생각이다.

아처; 책에 대해 소설적 감각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박
일문이라는 작가의 원래 스타일이다. 오늘의 토론에서는
이 작품의 소설적 가치가 아니라 그 작가의 독특한 생각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박일문이란 작가가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쓰지 않는
데, 결혼에 대한 부정의 근거로 생태 아나키즘을 제시하고
있다. 무겁지 않게, 가볍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윤정; 도입부는 매우 신선하다.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뻔한 내용
에 결론마저 성급하게 내리고 있다. 그로 인해 전반부에
쌓아놓은 독특함과 소설의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미지 표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 작가는 까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결혼, 아나키즘, 여자에 나타난 그의 시선은 까뮈 사
상의 무거움을 가볍게 보여주기를 시도한 것 같다. '시지프
스 신화'를 읽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점이 더 확
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같
지만 기본적인 체계는 까뮈의 부조리, 모순에 대한 것을
가볍게 제시하면서 실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에
보면 주인공이 마도로스가 되는데, 그 때문에 소설적 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것이 없었으면 더 나은 작
품이 되지 않았을까.
아처; 실제로 이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불교에 귀의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쌓았다. 그래서 현학적인 표현을 과용한
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처; 또한 결말이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 다
른 의견은 없는가.
몽테; 소설에는 앞과 뒤를 연결하는 많은 고리가 있다. 마지막에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결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의 미흡함이 아닌가 한다.
희경; 앞의 '나'와 '관정'의 모습과 뒤의 모습이 전혀 매치되지 않
는다. 초기의 관정의 모습과 뒤에 편지를 쓰게된 과정이
너무 석연치 않고 성급하다.
몽테; 그렇다. 관정이 28세에 약혼자가 있었다는 것도 앞의 모습
과는 너무 다르다.
희경; 변화의 연결고리가 없는 것이다.
윤정; 고리에 상관없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희경; 앞의 관정의 모습이 평이한 여성은 아니었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평범한 모습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너무 많이 생략
되어 있다.
몽테; 무려 3년간의 시간이 생략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있었으
면 좋겠다.
아처; 결말에서 다소 식상한 면이 발견되긴 하지만 또 박일문 특
유의 탈출모티브로서 대미를 장식하는 점에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또다른 특성, 글쓰기 모티브는 이 소설의 미스
테리한 점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병태의 이야기
를 관정이 쓰고자 했지만 결국 병태가 씀으로써 이 소설의
현실은 관정이야말로 병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
애초에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사랑이 형성되어 가는 과
정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리하여 결국 사랑을 형성하였는
데 만약 이 책의 결말이 비난받을 것이 있다면 그 특유의
상투성과 과정의 설득력 부족 때문이지 결말 자체에 문제
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처; 영화 '엠마뉴엘'에 나오는 내용 중에 남편이 부인에게 성적
인 배려를 해주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관정을 스님과
자신의 친구와 자게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
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러분이 자주 하는 말이 작품의 처음과 끝이 너무
다르다는 말인데 관정, 병태가 젊었을 때는 감정을 이성으
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미숙함 때문에 휘청거렸지만 30대가
되면서 사랑의 참의미를 깨달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희경: 앞부분에 내용이 너무 집중되어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몽테: 반전이 매끄럽지 못하다.

아처; 유치한 얘기 같은데 관정이 '장마'를 Tm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관정과 마병태의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병
태가 관정을 좋아했으나, 관정의 생태 아나키즘에 의해 배
척당했다고 생각하면 내용의 이해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전반적인 이야기를 마쳤으니, 작가의 세세한 생각들을 알
아보자. 우선 마병태의 결혼관은 출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가 애널섹스를 선호하는 것도 출산과는 관련이 없이 쾌
락적인 측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병태의
결혼관은 조금 오버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생태 아나키
즘은 그의 결혼관에 큰 설득력을 부여해주진 않는다.
몽테: 역시 실패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현실을 비꼬는 말
이 나오다가 주인공들이 아나키즘적 인물들, 처음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슨 생태 아나키즘적 사상이 있었다기
보단 현학적인 술수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을 꼬아 표현한 듯.
소현: 생태 아나키즘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결혼은 사회악이
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다. 생태아나
키즘은 결혼에 대한 반감, 그것에 대한 합리화이다.
아처: 소설에서 가장 잘못 표현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윤정: 처음부터 주인공이 스스로의 존재를 불신한다. 즉 그는 반
사회적 인물이다. 그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생태아나키
즘에 빠지는 것 같다. 초현실주의적 생각이 자기 자신을
불신하고, 나 같은 인물이 또 생겨남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윤정: 이 소설에서 허무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것 같다.
허무와 섹스와의 관련성은 무엇일까.
도권: 작가는 인간을 동물로 보고 있다. 섹스는 단지 종족번식의
수단으로 보여진다.
아처: 사람이 외로울 땐 성적접촉과 결합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수단이 된다.
윤정: 이러한 결부가 다른 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이런 진부한
소재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권: 작가가 굳이 기존의 소설과 모든 면에서 다르게 써야했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몽테: 그런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아처: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나 자신과 생각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었는데 그 중 '집에서 주는 밥을 먹고사는 토
끼는 구속받아야 마땅하다.'란 구절이 있다. 나이 20세,
성인의 독립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여기서부터 다른 이야기로 빠져 희희낙낙하느라...^^;;;♠♠♠
(아처 주; 애초에 분위기가 너무나도 화기애애하다보니 다소 고
백적인 자리가 되었긴 했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깊게 성인의 독립, 그리고 성윤리에 관한 토론이 오갔음을
기록해 둔다.)

아처: 사랑에 구속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혜민; 그건 또다른 구속이란 생각이 든다. 소유욕은 본능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아처: 사랑에 대한 구속을 버리면 이상향이 오지 않을까. 플라톤
이 제시하지 않았던가. 부인과 자식의 공동체를 만들어 소
유욕을 없앤 후에 행해질 선민정치의 우월성에 관하여.
혜민: 인간은 공동화를 추구해 왔지만 다 실패했다. 이제 인간은
개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므로 성의 공동화는 이
루어질 수 없다.
희경: 처음에는 스스로를 가볍게 생각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눈에 비친 자
신을 사랑하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눈에 비친 남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드는 것이다.

이 뒤로 요희가 매력적인 인물이란 이야기와 약간의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으나, 카페인 때문에 수전증으로 손을 떨던
필자는 날아가는 글씨마저 생략해가며 정리를 해, 이젠 알아볼
수도 없는 지경인지라, 마무리 말을 끝으로 이번 토론정리를 마
치려합니다.
늦은 건 둘째치고, 이런 날조 토론정리를 올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신 서기 안할께요. -_-;;

소현: 지금까지 토론를 3번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었다. 준비
되지 않은 것에 비하여 성공적인 토론이었다.
은희: 여러가지 생각할만한 화두를 얻어가서 좋다.
아찬마루: 분위기 파악 ^^
동연: 듣기만 했는데 듣다보니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건우: 못 읽어 아쉽다.
지은: 겉멋부리는 것 같아 좋아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까만보리: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성호: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아이 없이 결혼해 살 수도
있는데, 왜 결혼을 기피하는지 모르겠다.
현경: 왜 그런지 몰라도 장정일 생각이 났다. ^^
도권: 의외로 굉장히 괜찮았다.
경원: 책을 못 구해서 들으면서 반성했다. 활발한 것은 좋았지만
주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깊이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정은: 담에 잘 읽어올께요.
야채요리: text 외적인 주제로 다양하게 이야기된 점이 특이했고,
좋았다.
지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좋았다.
승주: 잘 쓴 소설은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할 꺼리를 던
져준 것은 좋았다.
혜민: 많은 것들을 생각해봐야겠다.
희경: 사회자가 나름대로 편안하게 진행한 것 같다. 꼭 조지은,
이도권, 아처 인물탐방 같았다.
몽테: 주변인에 대해 보는데, 원유회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보는 시점이 사회에 질문이 던지기 좋았던 것처럼 정해진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자인 이 책의 주인공도 마
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윤정: 누구나 이 소설에서 던져진 생각들을 하고 살 것이다. 주
인공의 일탈에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아처: 이 책을 택한 것은 작가의 특이한 생각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가볍게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1999년 9월 26일에 있던 장미와 자는 법,에 관한 토론이었
다. 너무 딱딱하게 기록된 점, 없잖아 있지만 사실 분위기는
꽤나 부드러워서 종종 웃음으로 휩싸이기도 했다.

장미와 자는 법,을 근 2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었는데 역시
내게 있어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란 생각을 다시금 했다.

문장력의 부재를 매울 수 있는 건 폭넓은 지식이거나 독특
한 사상밖에 없다고 본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서야 올려본다.



1997.9.23
1999.9.16
1999.9.25 12:12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1999.9.26 독서토론, 성공적으로 끝마침.








98-9220340 권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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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