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난 참 한심한 선생님이었다. 수업준비는커녕
뭐 하나 물어봐도 시원스레 답변 못해주는, 난 무능력한 강
사였다. 일요일, 어쩌다 보충이라도 하게 되면 거의 100% 그
전날 마신 술에 취해 못나가기 일수였고, 간혹 나간다 하더
라도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시간이나 때우던, 그런 무책임한
스승이었던 게다.
수능을 앞둔 지난 14일, 마지막 주말 역시 다르진 않았다.
대개 그 정도 날이면 총정리라도 해주는 게 보통인데, 난 그
날도 11시에 보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16시 무렵에나 겨
우 도착하여 술에 취한 모습으로 문제 풀라고 시켜놓고 홀로
해장국 먹던 그 기억, 그게 지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내 제자는 잘 버텨왔다. 단 한 번의 불평
도 없이, 불만도 없이, 시급 15,000원이나 내게 건네주면서
도 웃음 한 번 잃지 않았다.
아직 사놓고 풀어주지 못한 문제집이 수두룩한데...
아직 작년 수능문제조차 풀어주지 못했는데...
이토록 무기력한 스승이 제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엿과 시험 잘 보라는 카드 전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오늘, 수능 준비한다고 오지 않는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
었다.
그 아이는 긴장 없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전화를 받아 괜찮
다고 말했다.
아주대 심리학과에 가겠다던 그 아이.
조금만 더 예뻤어도 사제간의 불륜을 만들었을 법한 그 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