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신도림역을 난 하루에 4번 거
쳐간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빨리 운전면허를 따야할
텐데...
지금까지 왜 그리 게을렀는지 모르겠다. 미리 따뒀으면 요
즘 같을 때 요긴하게 써먹었을 건만. 며칠 전에는 서울 전역
을 왔다갔다 했었는데 정말 그 불편함,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나 같아도 집보다는 차를 먼저 선택할 것도 같다.
구로역에서 구일역으로 향하는 모습은 항상 느끼지만 환상
적이다. 마치 은하철도999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경인선이 복복선으로 되어있는 데에다가 구로발 열차, 또 구
로역을 지나치는 기차 등 무수히 많은 철로가 깔려있어 운이
좋을 땐 창 밖으로 수대의 열차가 함께 달리는 모습을 볼 수
도 있다. 게다가 구일역은 안양천 위에 층을 이뤄 건축되었
기에 지하철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놀이동산의 청룡열
차에 탄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신도림역에서 신림역까지 지상2층의 공간으로 달리는 2호
선 지하철도 꽤나 기분 좋다. 그 속에 있으면 내가 도시 속
에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화 重慶森林,을
생각한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그런 곳이다. 창 밖으로 열
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重慶森林, 속의 그곳에
서 살고 싶다.
2. 逆
애초에 계획은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거였다. 평소 늦게
까지 안 자고 잘 버텨왔으니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낮에 잘 계획을 하긴 하였지만 이런저런 일들
이 낮에 많이 일어나는 터라 아, 도무지 잠잘 시간을 마련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시도 때도 없이 기회만 되면 꿈뻑꿈뻑 졸곤 하는
데 그 피해가 너무 커 미치겠다. 깨어났을 때 낯선 역인 건
그나마 귀여운 일이다. 요즘, 누군가 깨워주지 않으면 쉽게
일어나지 못해서 종종 어디든 출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난 일단 자야하고, 이단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선영은 말했다.
예전 너 我處帝國에 살 때랑 비슷한 거 같아.
3. 力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다 때려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퀴즈퀴즈,나 하면 된다. 퀴즈퀴즈. --+
4. 曆
새천년이 얼마 안 남았다. 너도나도 새천년, 새천년 하다
보니 이젠 새천년, 이름만으로도 신물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새천년을 인위적인 산물이라며 격하시킨 후에
홀로 동떨어지게 보낼 생각은 없다. 이건 생일이나 여느 크
리스마스의 의미와 같은 게 아니다.
새천년의 첫 날은 생일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기념일이 아
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처럼 매년 돌아오는, 평생을 거쳐
수 십 차례 거치는 날이 아닌 게다. 새천년은 바야흐로 동시
대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인류의 가장 장엄하고도 위대한 날
로 기록되어야 한다.
만약 내가 문화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 않다면, 단군
의 충실한 숭배자로서 단기가 아니면 철저히 무시하는 민족
적 쇼비니스트가 아니라면 이 전 인류의 행사에 함께 참여하
고 공감할 가치가 있다. 여기에 발을 빼고 홀로 점잖은 체
하는 건 스스로 위안을 찾을 지는 모르겠지만 대개의 경우
낙오자의 허상처럼 여겨진다.
그리하여 새천년 첫 날, 무엇이든 해야겠는데 그보다 중요
한 건 아, 함께 할 누군가를 찾는 게 시급한 듯 하다. !_!
5. 歷
渡頭天命有歸處
泥中蟠龍向天飛
6. Eternal Love
난 정말 이진을 사랑했었던 것 같다. TV를 보면서 가슴 떨
렸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난 그 마음이야말로
영원할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채정안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이
진을 봐도 특별하지 않다.
그토록 열렬했던 이진마저 그런데 하물며 가벼운 관심에
있어서랴. 정말 Eternal Love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건
지도 모르겠다.
Hiro는 Hikari에게 말했다.
"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하여 나도 말했다.
"결정했어. 난 거물이 되고 말 거야."
헛된 망상으로, 오만한 자신감으로 떠벌리는 짓이라도 좋다.
이렇게 말해두어야 정신차리고 열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수는 민에게 말했다.
"난 거물이 될 거야."
운명을 거역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대로 따라줄 테다.
원한다면,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흘러가 버릴 테다.
애써 거역하며 쓰러질 필요는 없다.
물론 거역하려 해도 거역할 수 없는 게 운명이겠지만.
운명이 시키는대로
그대로 걸어가다 쓰러져 버리면 된다.
아주 간단한 일,
그저 정해진 길을 걸어가며
시간이 다 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적당한 인내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난 오래달리기나 사우나에 오래 앉아있기를 잘했던 아이였다.
이제 곧 사무실이 마련될 테고,
직원도 한 명 늘어났다.
여기에 건다.
내게 주어진 28개월의 유예기간.
이 시간은 아이와 어른 사이에 끼워 준 특별한 시간이다.
지금, 난 마음껏 도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게다.
그리하여 이 시도가 잘 된다면
난 아무런 미련 없이 학교든, 졸업장이든 깨끗이 벗어던질 것이다.
물론 실패한다면
은행이나 증권사에 다니는 평범한 소시민이 되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죽었다 살아났기에 머리가 쑤신데도 기분이 좋다.
그냥 마냥 떠들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다.
밖에 나가서 무언가 즐겁게 놀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은데
그런데 막상 나갈 생각을 하니 귀찮다. --;
예전에도 이런 적은 있었다.
그 때는 밖에 나가 무언가 즐겁게 놀려 했지만
막상 나가서 놀다보면 다시 식상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이럴 땐 그냥 마냥 기분 좋아하면 되는 거란 걸.
그러면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리하여 출근도 하지 않은 채로
부모님께서 생일 케익 대신 사다놓으신 피자를 먹으며
그냥 마냥 즐거워하며 통신 속에서 빈둥된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98-9220340 권아처
제 목:(아처/] Music Video를 보며...
올린이:achor (권순우 ) 99/11/30 17:38 읽음: 18 관련자료 있음(TL)
이제 겨울의 시작인데,
벌써 여름을 그리워한다.
겨울태생은 겨울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여름이 그립다, 뜨거운 여름이 그립다.
한가한 날이다.
자다 깨며 슬쩍 걱정한다.
새로운 윤리의 도래를.
윤리를 변형시킬 순 있지만
윤리를 제거할 수는 없다.
기존 윤리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지만
본성이 보수적인 난 걱정한다.
새로운 윤리의 도래를.
이 시대의 사랑이 걱정이고,
이 시대의 섹스가 걱정이고,
이 시대의 삶이 걱정이다.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걱정하고 있는 사이
젊음은 사라져버렸을 게다.
언젠가 한 친구가 내게
넌 온통 여자 얘기 뿐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꿈도 그러니.
아마도 꿈과 게시물 속의 여자에 대한 비율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완벽함을 추구할 神이
순결을 심어놓은 까닭이 궁금했다.
神은 애초에 순결을 강요했던 것일까?
정말 순결함이 선한 것일까?
그렇지만 神을 부정한 신체구조상의 증거는 있다.
신장.
초식동물에게나 필요할 신장을
굳이 인간에게 달아놓은 神은
이미 완벽하지 않다.
한가하면 잡념이 많아진다.
아, 여름이나 기다려야지.
젠장할 여름, 빨리 좀 와라.
98-9220340 권아처
성명: achor, 조회: 3, 줄수: 33, 분류: 잡담
(아처) open your eyes 1999/11/22 05:43:45 from 203.238.128.126
신촌으로 가는 마지막 셔틀버스.
재.회.
이제는 셔틀버스를 탈 수 없겠지...
1996년,
언제 1999년이 오나, 언제 다시 당산철교가 생기나 했었는데
벌써 1999년 당산철교가 생겨버렸다.
그땐,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우린 다시 두 손 꼭 잡고 있다.
방금 조금 졸다 깨어났어.
꿈에서 지현이 나왔어.
나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지현과 그녀의 친구가 길가 벤치에 앉아있었어.
난 한 눈에 지현임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나쳤어. 아무 말 없이 지나쳤어.
영상세대인 만큼 서로가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치는 장면은
멋.있.었.어. --;
그때 지현의 친구가 말했어.
전화해.
그런데 난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으면서도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었어.
꿈이 끊나갈 무렵, 전혀 다른 내용 속에 있으면서도
그걸 후회했어. 나는 왜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을까.
Open your eyes.
오늘은 많은 것들이 변할 11월 22일 월요일.
기대해.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