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난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다. 어느새 잊고 있었지
만 생각해 보니 30개월만에 다시 찾은 일이었다. 그곳에는
술에 취해 휘청대는 사람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했다.
다시 찾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이
고, 또 맹목적인 승인만을 강요하는 그곳은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곳엔 여유가 없다. 아무리 인간미 넘치는
형사라도, 경찰이라도 그곳에선 차가운 들짐승일 뿐이다. 그
들의 일방적인 통제와 분별없는 잡범들의 목소리는 나를 아
주 짜증나게 했다.
그 퀘퀘하고 불쾌한 곳에서 옛 생각들을 곰곰히 되새기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성훈이었다. 술 한 잔 하자
는.
새벽 3시 경 간단히 벌금형을 선고받고 운 좋게 풀려나 차
가운 바람 속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밖에선 성훈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병원으로 응급수송 될 때도, 30개월
전 유치장 속에 있을 때도, 또 이번에도... 내 위기의 순간
엔 항상 그가 나타난다. 지가 슈퍼맨도 아닌데 말이다. --;
우리는 맥주 한 잔 하고 밤새도록 StarCraft,를 했다. 우
리의 전술은 하나, 내가 구석에 짱박혀 더블로 초반러쉬 당
하고 있으면 성훈이 뒤를 친다. --+ 오늘의 승리는 다 내 덕
이다. --;
컵라면 한 그릇 먹고,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점심
때 무렵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아무 일도 아니다. 단지 나는야 전과 3범. 냐하. ^^*
이 두서없는 자신감은 내 수줍은 오만함에 기인하는 것 같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