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2000 겨울엠티 후기 및 돌림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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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322 Vote: 3 )

0. 총평

대개 엠티를 갔다오면 어떤 식으로 후기를 써야겠다는 느
낌이 오는데 이번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있다. 그저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흘러버린 것만 같다. 반추해 보면 우리
는 정말 겨울바다에서 즐겁게 놀다왔는데 기억은 벌써부터
혼미한 안개 속에 파묻혀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우리 중 그 누구라도 북극성이 보이는 하늘 아래
캄캄한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잊었으리라고는 생각
치 않는다. 어쩌면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유일한 엠티이기에
더욱 그 그리움이 클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본다.


1. 2000년 2월 29일, 제1일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엠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엠티 가는 날
이란다.

후발대는 18시에 신림역에서 만나 떠나기로 했었는데 난
그만 15시가 넘어 잠들고 말았었다. 일어나 보니 18시. --;
게다가 핸드폰은 황당하게도 등록이 필요합니다,만 껌뻑껌뻑
거리며 내비치고 있었다.

어쨌든 난 분주했다. 일단 성훈에게 전화를 걸어 좀 늦을
거라 말해두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리곤
온수역에서 성훈, 주연, 민석, 문숙을 만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겨울바다로 출발.
중간에 희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오고 있다 하여 부
평역에서 만나 다시 출발.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난민도, 패전병도 아니었는데, 오히려 활기찬 기분
으로 가볍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아마도 남들이 보는 우리의
모습은 조잡했을 게다. 우선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주연과
하필이면 가운데 손가락을 다쳐 붕대를 둘둘 감아 잘못 보면
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희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이해한다.
그렇지만 난 왜 성훈이 시민이 즐비한 지하철에서 속옷을
보여줬는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한때 속옷을
겉으로 슬며시 보이는 패션이 있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
다. 그런데 성훈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미적 감각이 없는
우리라 하더라도 성훈의 그 노란 속옷이 패셔너블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
성훈은 변명했다. "술퍼맨의 비애라는 게 있어. 그곳에서
술퍼맨은 술을 마시면 변신을 한단다." 난 두려워졌다. 이번
엠티에서 성훈은 또 어떤 흉칙한 모습으로 변신을 하게 될
까? 병신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월미도에서 우리는 마지막 배를 타고 영종도로 행했다. 출
항 10분 전에 겨우 달려 탔으니 아마도 우리의 이번 엠티 운
은 괜찮은 듯 싶었다.
나야 며칠 전에도 배를 타봤으니 굳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쐬지 않아도 좋았는데 모두들 추워서 그랬던지 승객실 안에
서 죽치고 있었다. 한 번쯤 어두운 밤, 배가 가르는 바닷바
람을 쐬는 것도 좋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영종도에 도착해서는 바로 버스로 갈아타고 용유도, 을왕
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을왕리해수욕장만의 문
화, 버스 삐끼가 우릴 추근덕거렸다. "학생들, 우리 집에서
놀다가. 잘해줄게." 주연은 어디서 많이 들었다는 듯한 묘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110%는 다르다. --;

선발대가 정한 숙소는 해운대장,이었다. 을왕리해수욕장을
홈그라운드로 삼고 있는 나는 물론 해운대장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중나온 선웅이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하였을 때 적
잖이 놀랐다. 해운대장이라면 난방이 되지 않아 벌벌 떨 수
밖에 없는 그곳이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1박2일 동안 모
두들 불만에 휩싸였지만.

방에선 선발대로 도착해있던 선웅, 란희, 헌, 권현, 현정,
그리고 램프의 바바가 고기를 굽고 있었다. 정말 고기는 무
진장 많았다. 다만 문제라면 유일한 버너가 우리 식욕의 속
도를 따라올 수 없었다는 것. 결국 헌은 참지 못했던지 방안
에서 캠프파이어를 해내 1차로 주인아저씨의 눈총을 사게 된
다. 제1차 방바닥의 수난시대. --;

고기를 먹다 자연스레 술자리가 시작됐다. 아마도 그 소주
잔이 맥주 위에 뜰 수만 있었다면 성훈은 분노하지 않았을
게다. 거듭 타이타닉,을 주장한 성훈은 도저히 소주잔이 맥
주 위에 뜰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폭탄주를 감행한다. 그
렇지만 폭탄주에는 변치 않는 법칙이 있으니, 꼭 폭탄주 만
든 사람이 뻑 간다는 사실. 얼마 전 소주에 맥주 띄운 선웅
이 결국 가고 말았던 기억을 되살려 보자.

술을 마시다 폭죽놀이를 하러 나갔다. 엠티 전부터 몸이
아픈 란희는 죽는 듯 쓰러져 있었는데 헌은 왜 나오지 않았
을까? --; 어쨌든 폭죽은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며 환한 빛을
내었다. 우리의 손끝에서 시작된 불꽃이 하늘 위에 새겨지는
모습은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였다. 피잉~ 소리 사이로 슬며
시 비치는 모두의 얼굴 위에는 환한 웃음이 있었다.

우리는 바다에 일렬로 섰다. 그리곤 파도소리 장단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렀다. 클레멘타인,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모습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고 있던 게다.

발 밑을 찰랑거리는 바다물은 우리의 감동을 더욱 세차게
했다. 그러자 성훈은 말했다. "가자."
아, 미친 성훈, 성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상종을 말아
야지. 훌쩍. !_!
그 참을 수 없는 감동 때문에 성훈, 선웅, 그리고 난 차가
운 겨울바다로 들어갔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수영을 할 생각
은 아니었다. 그런데 미친 성훈, !_!, 얼큰히 술 취한 성훈
은 죽으려고 했다. 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 터벅터벅 그리고
끊임없이 바다도 들어가 결국 익사하는 그 모습, 딱 그거였
다.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을 때 난 성훈을 술 취한 성훈을
끌고 이제 그만 바다를 나오려 했는데 아, 미친 선웅, 선웅
도 미쳐버렸다. !_! 뒤에서 보던 선웅은 우리가 수영하려는
줄 알았나보다. 윗통까지 벗고 들어와 마구 물장구를 쳐냈
다. 추워죽겠는데. 으, 미친 선웅. --+

어쨌든 그렇게 미친 두 인간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몸이 별로 춥지 않았다는 거다.
또 바닷물도 사실 그다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이유인
즉슨, 갑작스런 극도의 추위로 몸이 마비됐었나 보다. --;

덕분에 핸드폰이 고장나버렸지만 그럼에도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겨울바다에서 아무도 없는 저 멀고도 까만 바다를
향해 있는 힘껏 고함친 그 기분은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몰라 줄 거다. 가슴속에 묻어있던 것들이 한 번에 날아가 버
렸다.
어제, 월요일 MBC 한 드라마에서 사내애들 몇 명이 겨울바
다로 뛰어드는 씬이 있었는데 그걸 보며 가볍게 콧방귀 한
번 뀌어줬다. 훗. 어린 것들. ^^*

숙소는 캠프파이어장에서 모래판으로 바꿨다. 제2차 방바
닥의 수난시대. 그렇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 이 바닥이 원래
이렇다.

다시 시작된 술자리에서 결국 성훈은 분노했다. 찬란한 분
노였다. 전설 속의 용 같았다. 용이 불을 내뿜듯 몸 안 깊숙
한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분노의 역류! 파하하하하~
허공을 향해 내뿜어지는 오, 빛처럼 아름다운 피자국물이
여! 애초에 피자는 고체인줄 알았건만 못하는 게 없는 성훈
은 피자마저 액체로 만들 수 있었나보다. 성훈한테 부탁하면
한 번 먹여줄지도 모르겠다. 그가 특별 제조한 피자국. 정말
맛있어 보인다. --;

회를 먹기 시작할 즈음에 주연의 강의는 시작된다. 이른바
새우회쳐먹기. --+ 다들 속고 만 게다. 사실 주연이 아무도
듣지 않는 새우 먹는 법을 끝까지 강의한 까닭은 그걸 빌미
로 새우 한 마리 더 먹으려는 수법에 있었다. 이는 다음 날
여자애들 점심 먹던 시간 강의했던 110%에서도 마찬가지였
다. 실습까지 해준단다. 주연은 실습을 빌미로 또 무엇을 꿈
꿨던 겔까? 끙. --;
그리곤 술 취해 함께 취한 게다가 절대 오지 않은 램프의
바바와 음주운전을 하고 돌아온 주연과 램프의 바바는 그 자
리에 뻗는다.

살아남은 사람은 회에 이어 매운탕을 먹는다. 정말 맛있
다. 헌 역시 애초에 취했지만 의외로 권현이 술을 잘 마신
다. 희진도 뻗는다. 민석과 현정은 뺑기다. 오늘은 기필코
문숙의 코메디를 보려 했건만 문숙은 건재하다. 양주밖에 먹
지 않는다던 문숙은 오늘따라 소주에 강하다.

그렇게 첫 날의 모습, Fade Out...










2. 2000년 3월 1일, 제2일

잠시 일어나 희진이 끓여준 맛있는 북어국을 먹었다. 희진
과 문숙 품에서 잠든 민석의 얼굴이 환했다. 부럽다. !_!

그런데 이 때부터 선웅의 저질개그가 시작되었다. 정말 저
질이다. 저질개그맨 선웅. --;
선웅은 연신 문숙에게 사과했다. 그는 끊임없이 저질개그
했다. 도무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저질개그의 묘미. 저질개
그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많이들 깨어났지만 성훈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좀비였
다. 성훈은 시체놀이 하는 줄 알았나보다. 정말 잘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나지 않는 성훈. --;

게임이 시작될 무렵 난 현정 옆에서 잠들었는데 다시 깨어
나보니 모두들 갈 준비로 분주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성훈은
여전히 시체놀이 중. --+

그런데 아, 미친 램프의 바바. --; 미친 사람들뿐이다. 결
코 오지 않은 램프의 바바는 지난 밤 술에 취해 남자 다섯이
서 덤벼도 끄떡없는, 합기도의 일인자 해운대장의 소주를 지
맘대로 팔아먹었나 보다. 왜 그랬을까. !_! 저질개그맨, 좀
비, 110%, 램프의 바바... 아, 온통 미친 사람들뿐이다. !_!

11시 20분, 우리는 을왕리해수욕장을 떠났는데 헉, 영종도
에 와보니 선웅과 헌이 보이지 않았다. --; 버스와 자가용으
로 나눠 이동하다 보니 서로 그쪽에 있겠지, 하고 안심한 순
간 벌어진 황당한 사건. 선웅과 헌이 보이지 않았을 때 주연
은 말했다. "여자애들이랑 같이 탔어." "그 좁은 데에 어떻
게 다 타?" "막 엉켜 가던데..." 후에 이 말은 "...탔겠
지.", "...엉켜 갔겠지..."로 바뀐다. --;

영종도에서 점심을 때운 후 귀가. 피곤해 내내 잤다. --;

끝으로 이번 엠티, 내내 수고 많았던 선웅에게 박수를 보
낸다.





0. 돌림쪽지

성훈 : 정말 오랜만에 분노했구나. 네 학교에서의 명성,
피바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롭다. 전설로 남
아있는 네 이름은 이제 버리고 열심히 공부해라. 학생이여.
(정말 어색하군. 학생 김.성.훈. --;)

주연 : 110% 비결 좀 가르쳐 줘. 그리고 언제 네 여자친구
도 좀 보여주고. 그렇지만 조심해라. 괜히 코 낄라. 히죽.
^^;

민석 : 돈이 남아돈다는 보너스 합쳐 연봉 4,000 이상의
갑부 민석. 시급 4,000에 감격하던 시절 잊지 말고 그저 네
일 열심히 하면 아주 멋진 여인이 네 곁에 생길 게다. 그런
데 너 소개팅 주선하면 거한 양주, 아직도 유효한 거지? ^^

문숙 : 아쉬워. 이번엔 기필코 문숙의 코메디를 꼭 보려했
건만. --; 얼굴, 괜찮은 거야? 안 좋은 몸 이끌고 엠티 오느
라 수고 많았어. 그만큼 재미있었지?

희진 : 덕분에 북어국 아주 맛있게 먹었어. 큰 눈만큼 요
리도 아주 잘 하는구나. (즉석 3분 북어국. --;) 사랑받는
신부가 될 거야. ^^

선웅 : 이번 엠티, 가장 수고 많았던 선웅. 우리의 즐거움
은 다 네 덕이었다. 고맙다. 덕분에 좋은 기억 많이 남겼고,
재미있게 잘 놀았다.

란희 : 몸살로 내내 죽어있어 심심하진 않았어? 함께 놀았
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고 보면 넌 지난 여름엠티 때도 많이
아파 했었잖아. (술 취해서. --;) 좀 건강해 져라. ^^

헌 : 다소 터프하면서도 자상한 남자. 정.헌. 예쁘게 사
랑하도록 하거라. 그렇지만 애정행각은 밀월여행 가서 해.
따샤. ^^;

권현 : 처음 만나 잘해주고 싶었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네.
좋은 기억 많이 남았길 바래. 함께 그 바다, 들어가 봤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현정 : 웬 70년대풍 열악 칼사사야? --; 저기를 봐라. 연
봉 수 천 되는 인간들이 저렇게 즐비한걸. 안 그러나, 박이
사? 언제 권사장과 비즈니스 좀 얘기해 봅세. --;

램프의 바바 : 남들 편하게 갈 때 운전하느라 수고많았다.
경미한 사고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 해. 인천,
그 속에서 펼쳐진 2000년의 추억을 잊지 말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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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