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처음엔 실감하지 못했었다. 눈앞의 시험의 불안으로만 가득해서.
오히려 짜증이 났다. 왜 하필이면. 이때..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시험이나 보고 영안실로 오라고.
공부를 하다가. 유난히 따사로운 겨울낮 애처로운 햇빛이
빼꼼이 열린 도서관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희진아. 할아버지랑 산보가자~"
갑자기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산보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이제 없으시구나.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도서관 한복판에서 나는 소리없이 울었다. 어떨결에 마주앉은
이름모를 여학생만이 의아한듯 나를 봤다.슬픔..나는 내 가족의 2번째 죽음을 또다시
맞았다.
며칠전 음급실로 옮겨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갔을때. 음급실 한켠에서
힘겹게 숨을 이으시는 할아버지를 뵙고 왔었다.
엄마는 그때. 힘드실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설마했다.
올해는 넘기시겠지.
그도 할아버지는 눈을 뜨시지 못했다.
그냥 조용히 손만 잡아드리고 왔었다.
그러고보니..집을나온 지 한달여동안 할아버지와 이야기 나눈적이 없다. 그렇게 보내
드렸다.
그때 나는 삶의 양면을 봤다
너무나 허무하고. 너무나 값진 삶을 봤었다.
여느 할아버지 보다 너무나 당당했던 그를
그래서 조금은 부담이었던 그를
그러나 마지막 그 순간에 힘없이 누워있었던 그를
이제 보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