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qi] 섹스, 비디오, 그리고...

작성자  
   오만객기 ( Hit: 199 Vote: 22 )

불과 열흘만에 우리 사회를 일거에 흔들어놓고, 다른 연예계의 충격사건
까지 일거에 소거시켜버린 'B양' 사건. 분명 O양 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복제판 비디오에서 동영상으로 옮아가던 '빨간 마후라' 시절과는 달리 아
예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돌았던데다,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던 탓에 본인도
가수를 하고 싶다고 했으니 열흘 만에 모든 게 다 끝난 것 치고는 비교적
결과가 양호한 셈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터뷰와 '작업'은 정말 다른 느낌을 준다. 어느 여기자분이 쓴 칼럼에
서도 그런 말이 나왔지만, 한 번 뜨고 싶어 안달이 난 어느 철없던 여인을
보는 것 같아서 세상이 참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솔직히 앞쪽의 가식
적인 인터뷰보다야 뒷쪽의 장난스런 섹스가 더 솔직해보인다. O양의 현란
함(?)과는 다른 그 어떤...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지금껏 난리통을 만든
사람들의 그 의심이란 게 솔직히 더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포르노가 아니었다지만 포르노가 되었다'는 비디오를 두고 눈물을 흘리
며 기자회견을 하는 걸 보면서 여자 연예인이기에 당하는 저런 식의 인권
침해에 안타까워함과 동시에 그 인터뷰가 웬지 가증스러워보이는 건 뭘까?
'여자 연예인은 몸 팔아 뜬다'는 세간의 속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 것
때문일까? 이젠 B양도 '처녀'가 아니라서? 이도저도 아니라면, 비록 그네
들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사생활이라지만, 겉으로는 베시시 웃으면서 뒤
로는 그렇게 지저분하게 노는(물론 우리도 그러지만...) 그들의 행태가 역
겨워서 그랬을까?

사실 연예인에 관한 지저분한 얘기는 훨씬 더 많다. 연예인 매매춘, '그
때 그 사람', 부유층 2세들과의 문란한 교제와 마약 등. 소위 '유비통신'
이 떠돌던 시절부터 돌던, '연예계는 워낙 지저분해서'라는 불변의 진리(?)
와 그러면서도 그들에 광분하는 우리네 의식구조도 조금 돌이켜보면 참 우
습기 짝이 없잖은가?

솔직히 연예인도 사람이다. 지저분하기로야 정치판이 최고요, 사람이 살
면서 남녀가 살을 섞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니 제3자인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도 그건 알지만, 그래도 좀 기분이 나쁘다.
우리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며 기쁘게 해 주는 우상들의 지저분한 꼴을 우리
가 '꼭' 보게 만드는 요즘의 상황이...

얼마전 연세대 총학생회 선거가 개판으로 갔단다. 후보끼리의 인신공격과
상호비방, 중선관위의 무능, 일부 후보들의 '거짓말'까지 한데 뒤엉킨 대단
한 '역작'이란다. 문제의 핵심에 있는 거짓말쟁이 제적생이 내 동기이자 초
딩 동창에, 무능한 중선관위 중에도 내 동기가 있었고, 모두 서로 다른 진
영을 응원하는 입장이다 보니, 빤히 지켜만 보기엔, 아무리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남의 일은 아니다. 여하튼 왜 그리도
역겹던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편들기를 하고, 정직과 공정을 목숨
만큼 소중히 여겨야 할 이들이 거짓과 비방만을 늘어놓는다면, 이처럼 개판
인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 이미 그네들은 스스로를 정상모리배만도 못한
쓰레기로 만든 게다. 몰래 오입질로 재미보면서 비디오를 돌린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다른 게 아니다. 행위에 대한 도착성 하나만 있으
면 충분하다. 그리고 설령 사랑했다손 치더라도 그걸 찍어두었다 뿌린다는
자체는 벌써 뒷탈을 대비한 수순이었다는 은근한 협박이 전제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B양 비디오를 보고 의심하는 건, 솔직히
그런 불순한 의도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386이 대거 의회로 진출하면서 학생회는 단순한 권익
의 대변자 차원을 넘어서 정계진출을 위한 하나의 교두보가 되었다. 이미
그 가능성은 1990년대 전대협에서 한총련으로 이어지는 조직화 과정에서 드
러난 바 있으되, 1996년 여름 이후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기어이 이번에
남북회담과 함께 다시 이같은 과정이 본격화되는 듯 싶다.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는 대신 장기적이고 피곤한 중요사안보다는 아무래도 근시안적이고 전
시효과가 높은 것만 여러 개 벌려놓지 않았던가. 어느 학교나, 어느 정파나.

요즘에도 게시판에 가 보면 학부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전공 배정이
어쩌구, 계열화니 전공 선택이 어쩌구, 벌써 5년째인데도 아직껏 내가 처음
었던 답답함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동안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해서 여러 번
학교측과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다면, 그간 학생회는 무
엇을 했나 생각해본다. 권력투쟁 속에서 학생들이야 뒹굴어 죽든지 말든지.
인기 연예인이 나오는 학교 축제는 많이 늘었다는데, 수업 환경은 별로 달
라진 것이 없고, 장애인이나 여성에게 학교는 늘 짜증스러운 사각지대요,
복지에 신경쓴다는데 어떻게 된 게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 공약(公約)이
이미 공약(空約)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많은 전단지, 홍보원 의상, 각종 벽보 및 현수막, 유세용 각종 장비,
식대를 포함한 각종 활동비, 학생회에서 충당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
떻게 보면 우리 학생들의 피같은 돈이다. 경제가 갈수록 나락으로 가는
와중에도 공부 좀 시키겠다고(아니면 공부 좀 하겠다고), 매일을 생존과
싸워가며 실직의 위기 속에서 얻어낸 힘든 노동의 대가라 이 말이다.

유비통신 중에 총학선거에 억대가 든다는 말이 있다. 솔직히 고딩 때부
터 들은 말이지만, 말이 안 될 것 같다고 여겼다. 중선관위가 금액 제한
하고, 선본에서도 증빙서류 내고, 어떻게 저떻게 하면서 감사도 받으니까.
그런데 요사이 사람들의 하는 짓을 보니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정치꾼
하듯이 영수증 맞추고 이중장부 쓰면 되고, 나중에 메꾸면 되잖는가? 설
사 양심적으로 준비해도 돈은 너무나 많이 들어가는데, 효과도 없고. 솔직
히 말해 이젠 그런 믿음조차 사라진다.

왜 비용이 많이 들까? 관심이 없어서 그런다. 세상은 점점 변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똑같은 말만 하고, 노선이 어쩌구 하면서
쌈박질만 한다. 내가 힘든 데는 관심도 없고,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데만
열심히 한다. 그러니 그 사람들은 뽑아줘봤자고, 그러니 관심 끊고 도서관
간다. 그런 무관심한 이들에게 투표라도 하라고 말하려니 튀어야 하고, 그
러다보니 돈이 든다. 기어이 투표기간은 고무줄이 되고, 사람들은 거의 투
표를 강제하다시피 한다.

만일, 그렇게도 '사랑하는 학우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우리
를 위해 돈을 써 가며 입후보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켜야 할 원칙
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 고의는 물론, 하다못해 실수로라도 학년을 속이거
나 시행세칙을 어겨서는 안될 일이다. 하물며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
운위에 제적생 부회장이 참가하는 상식 밖의 행동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
으며, 이 또한 중운위 시작 전에 충분히 막아야 했다. 중운위 역시 편파적
인 고무줄 쇼나 밀실행정, 언로 차단 등의 비상식적 행위를 하지 않았어야
했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를 주도적으로,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지 못했다. 선거판은 쑥대밭이 되었고, 후보들은 서
로 잘못을 떠넘기며 몇년동안 곪은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서로 대
화 같은 건 생각하지도 못한 채 추악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사랑하는 우
리 학우들'은 등을 돌렸다. 어차피 '회장'가 누가 되든, 결과는 같을테니
그 시간에 취업준비나 열심히 하고 학점이나 잘 받고, 연애나 잘 하는 게
더 이익이니까. 그들이야말로 이미 권력에 충실한 해바라기이자 기생충이
된 지 오래인 것을, 적어도 우리 '학우들' 눈에는.

어쨌든 선거는 다시 치러졌고, 당선자는 나왔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지, 즐거움은 고사하고 솔직히
노력하는 최소한의 자세라도 나올런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차라리 B양
은 연예인으로서 그간 최선을 다 했고, 나름대로 솔직하려고, 그리고 당
당하려고 노력했기에 그를 보며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맘
이나 들지.

추운 날씨에 차가운 바람, 게다 온갖 추한 꼴까지 다 보자니, 올 겨울
캠퍼스는 참 유난스레 황량해보일 듯 싶다.

4333. 12. 10. 싸늘한 겨울 밤, 복학을 앞둔 어느 말년 군바리가.


eNEWates Keqies... since 4331...


본문 내용은 8,84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8214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8214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7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067
26845   [돌삐] 망년회 하자 dolpi96 2000/12/15273
26844   [지니] 이벤트 회사란 뭐 하는 곳이지? mooa진 2000/12/15292
26843   [지니] 아처 취업축하해 mooa진 2000/12/15279
26842   [....] 희진 mooa진 2000/12/15224
26841   [법진] to 희진 redwhite 2000/12/14223
26840   [필승] 성전환수술 soomin77 2000/12/14287
26839   [돌삐] 시간이 지나니 dolpi96 2000/12/14210
26838   [돌삐] 사람의 마음이란 dolpi96 2000/12/14204
26837   [롼 ★] 희진, 아처 elf3 2000/12/13194
26836   [Keqi] 섹스, 비디오, 그리고... 오만객기 2000/12/13199
26835   [돌삐] 아처 dolpi96 2000/12/13199
26834   [돌삐] 민석씨 약속있어요 ? dolpi96 2000/12/13200
26833   [Keqi] 출장, 그리고... 오만객기 2000/12/12220
26832   (아처) 희진 achor 2000/12/12288
26831   (아처) 삼성전자에 취직을 하였답니다. achor 2000/12/12284
26830   [필승] 희진.... soomin77 2000/12/12203
26829   [사탕] 이별. 파랑사탕 2000/12/12244
26828   [더드미♥] re: 겨울은 겨울인가부다. sanryo 2000/12/12285
26827   렌탈카페 홍보임다 새일기장 2000/12/12206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