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성훈의 변절 3

작성자  
   achor ( Hit: 272 Vote: 26 )

성훈의 변절은 결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언젠가부터 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내심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의 이번 결정이 상당한 실망감을 내게 주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용민을 위해 마련한 이번 자리에
그는 올 수 없을 거라 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통 시간을 낼 수 없을 거란다.

사실 우리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대체로 밤이면 술에 취해있기 일수였고,
한창 인터넷 열기에 빠져 있던 시절에도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즐거움을 찾는 성향이 강했다.

최근에 성훈을 만났을 때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길게 기른 머리에 쫙 붙는 티셔츠,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니던 그가
외모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처럼 나타났던 것이다.

그가 시험 기간에는
면도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으며,
심지어 옷 한 번 갈아입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었다.

그는 25살이란 시간 속에서 그렇게 변해버렸고,
또 그 결과
어렵다고 소문난 이런저런 컴퓨터 자격증까지 따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변절이 싫지만은 않다.

요즘 나는 용민과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는데,
용민 또한 예전과는 달리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기에
내가 여간 거북한 게 아니다.
교수가 내 바로 앞에 있는 일은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다.
고작해야 며칠 전, 하루 수업 들었다만. --;

여전히 운동하는 것이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용민이지만
그래도 가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도 하는 걸 보면
25살이란 나이는 모두들 미치게 하는 나이인가 보다.

어쨌든 참 묘한 기분이다.
언젠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나 혼자만의 심상은 아니었을 것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아지고,
일상에서 벗어난 일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할 책임들이 너무나도 커져 버린 25살의 현실이
다소 쓸쓸하게 느껴져 온다.


http://empire.achor.net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74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8545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8545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5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061
27168   [두목] 3월 정모 겸 생일번개 후기... 오만객기 2001/03/17506
27167   [영상] 흠흠흠~~ 오널~~~~~ ysyoo21 2001/03/16526
27166   복학생이라면 파랑사탕 2001/03/15318
27165   [경민] 정기모임하네? ^^; soomin77 2001/03/15264
27164   (아처) 성훈의 변절 3 achor 2001/03/15272
27163   [두목] 3월 칼사사 정기모임 연락처 안내... 오만객기 2001/03/15304
27162   [돌삐] 사탕... dolpi96 2001/03/15325
27161   [헤라] 사탕아... stockkim 2001/03/15243
27160   [사탕] 이야.. 파랑사탕 2001/03/14311
27159   [헤라] 나 VS 내 첫째 여동생 T^T stockkim 2001/03/14289
27158   (sette) 시골아이들은....... 고야 2001/03/14314
27157   [돌삐] 유체이탈 ? dolpi96 2001/03/14222
27156   [돌삐] re: 하얀날 dolpi96 2001/03/14219
27155   [롼 ★] 사용법 elf3 2001/03/14214
27154   [롼 ★] 귀신. elf3 2001/03/14196
27153   [돌삐] 아날로그 세대 dolpi96 2001/03/14200
27152   [롼 ★] 있잖아... elf3 2001/03/14200
27151   [헤라] 하얀 날 stockkim 2001/03/14203
27150   [두목] 3월 칼사사 정기모임 안내... 오만객기 2001/03/14220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