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의 변절은 결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언젠가부터 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내심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의 이번 결정이 상당한 실망감을 내게 주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용민을 위해 마련한 이번 자리에
그는 올 수 없을 거라 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통 시간을 낼 수 없을 거란다.
사실 우리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대체로 밤이면 술에 취해있기 일수였고,
한창 인터넷 열기에 빠져 있던 시절에도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즐거움을 찾는 성향이 강했다.
최근에 성훈을 만났을 때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길게 기른 머리에 쫙 붙는 티셔츠,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니던 그가
외모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처럼 나타났던 것이다.
그가 시험 기간에는
면도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으며,
심지어 옷 한 번 갈아입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었다.
그는 25살이란 시간 속에서 그렇게 변해버렸고,
또 그 결과
어렵다고 소문난 이런저런 컴퓨터 자격증까지 따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변절이 싫지만은 않다.
요즘 나는 용민과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는데,
용민 또한 예전과는 달리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기에
내가 여간 거북한 게 아니다.
교수가 내 바로 앞에 있는 일은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다.
고작해야 며칠 전, 하루 수업 들었다만. --;
여전히 운동하는 것이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용민이지만
그래도 가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도 하는 걸 보면
25살이란 나이는 모두들 미치게 하는 나이인가 보다.
어쨌든 참 묘한 기분이다.
언젠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나 혼자만의 심상은 아니었을 것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아지고,
일상에서 벗어난 일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할 책임들이 너무나도 커져 버린 25살의 현실이
다소 쓸쓸하게 느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