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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 그새 눈이 이렇게나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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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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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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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귀가할 때만 하더라도 별다른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었는데
아침에 뉴스에서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에 황당해 했던 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단다.
전국에 폭설이 내렸다 하여 어디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나 보구나 하며
다른 지방 이야기로 그저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점심 무렵 출근하려 집을 나서니 정말 세상이 하얀 눈으로 완벽히
뒤덮혀 있더군.
눈이 오면 예전 아처제국,에서 홀로 살아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땐 눈이 오면 참 추웠었거든.
1996년의 언젠가,
용팔이 아는 선배가 군대에 간다고 내게 이불을 남겨주고 간 적이 있는데
용팔과 그 형 자취방을 찾아 구불구불 골목길을 헤매며
다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떠올라.
내게 오리털 이불을 주었던 다미도,
언젠가 찾은 명절, 걱정 어린 어머니가 굳이 들고 가게 했었던
그 하얀 솜이불도 떠오르고.
그리고 역시.
Mitsuru Adache가 떠올라.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사랑하는 동네 여자 친구네 집 앞에서
그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그 장면이 잊혀지질 않아.
그래. 어느새 5년, 그리고 28개월이 흘렀더구나.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만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나면 그리워할 것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이번에 느낀 한 가지는
내 병역의 끝은 나만의 축제이지,
결코 모든 이의 카니발이 될 수 없다는 고명한 진리였지.
1997년, 내가 군대에 끌려가기 이전에
나에게는 아주 좋은 여자 친구가 있었더랬지...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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