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 그새 눈이 이렇게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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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134 Vote: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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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귀가할 때만 하더라도 별다른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었는데

아침에 뉴스에서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에 황당해 했던 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단다.



전국에 폭설이 내렸다 하여 어디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나 보구나 하며

다른 지방 이야기로 그저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점심 무렵 출근하려 집을 나서니 정말 세상이 하얀 눈으로 완벽히

뒤덮혀 있더군.



눈이 오면 예전 아처제국,에서 홀로 살아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땐 눈이 오면 참 추웠었거든.

1996년의 언젠가,

용팔이 아는 선배가 군대에 간다고 내게 이불을 남겨주고 간 적이 있는데

용팔과 그 형 자취방을 찾아 구불구불 골목길을 헤매며

다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떠올라.

내게 오리털 이불을 주었던 다미도,

언젠가 찾은 명절, 걱정 어린 어머니가 굳이 들고 가게 했었던

그 하얀 솜이불도 떠오르고.



그리고 역시.

Mitsuru Adache가 떠올라.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사랑하는 동네 여자 친구네 집 앞에서

그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그 장면이 잊혀지질 않아.



그래. 어느새 5년, 그리고 28개월이 흘렀더구나.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만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나면 그리워할 것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이번에 느낀 한 가지는

내 병역의 끝은 나만의 축제이지,

결코 모든 이의 카니발이 될 수 없다는 고명한 진리였지.



1997년, 내가 군대에 끌려가기 이전에

나에게는 아주 좋은 여자 친구가 있었더랬지...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86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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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3답변     Re 1: 귀국했다. achor 2001/05/04109010
3482      Re 1: 귀국했다~~Welcome*^^* 善眞 2001/05/0696010
3481답변     Re 1: 귀엽고 깜찍해요. ^^ 멋진 김신갑 2000/09/038742
3480답변     Re 1: 귀찮겠지만... achor 2001/03/0612624
3479답변     Re 1: 귀향길에 나서는 사람들 achor 2000/09/098123
3478답변     Re 1: 귀향길에 나서는 사람들 양사내 2000/09/098454
3477답변     Re 1: 그 사람. achor 2000/08/2511082
3476      Re 1: 그 시간 전 종로에서 지리산살리기토론회에 있 이선진 2001/01/17129418
3475잡담     Re 1: 그 이후 이야기 achor 2001/07/278828
3474답변     Re 1: 그 해 여름.. 난 광안리에서 노래를 불렀지.. achor 2000/05/1115171
3473답변     Re 1: 그나마.. 한가한.. 시간. achor 2000/10/118392
3472답변     Re 1: 그냥.. achor 2001/05/038429
3471답변     Re 1: 그디어.....공개.......몰카 사타구니 2000/11/3010943
3470      Re 1: 그러고 보니깐...요 김신갑 2000/08/178212
3469답변     Re 1: 그러나, achor 2001/01/1711209
3468답변     Re 1: 그런데, achor 2001/03/1513156
3467답변     Re 1: 그렇게 된다면... 그런 운명인 거겠지... achor 2000/05/109775
3466답변     Re 1: 그렇게. achor 2000/11/1086914
3465답변     Re 1: 그려.. bl 패밀리 achor 2000/12/29122269
3464답변     Re 1: 그새 눈이 이렇게나 많이.. achor 2001/01/07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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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