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사랑을 참 갈구했었습니다.
우리는 약속을 했었거든요. 서로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오기로.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 왔었지요.
처음 있는 일이기에 저 때문에 망쳐버리는 걸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절 제겐 여자친구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그 무렵엔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는데 통 시간이 나질 않았어요.
시간이 나야 미팅이나 소개팅이라도 할 텐데 말입니다.
결국 2-3일 앞두고 자정에 소개팅을 하기도 하고,
학원도 빠져가면서까지 이런저런 노력을 하였는데
한 친구가 그런 저를 보며 이야기 하더군요.
네게 필요한 건 여자친구가 아니고,
고작해야 같이 나갈 파트너 아니야?
파트너. 놀고,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제도이지요.
헛사랑처럼 구속하지도 않고, 참견하지도 않으며
서로가 필요할 때면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애니님은 사랑을 아시나요?
알콩달콩한 부부생활을 아시나요? --;
순수한 惡은 지독한 짝사랑을 해보지 아니하였기에 말할 수 있고,
사랑이 파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사랑의 쓸쓸한 그리움을 겪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