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19일 대림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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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017 Vote: 42 )
분류      잡담

000719 소나기, 흐림 23:45. 대림역. 5분 후면 열차가 온다. 오늘은 소나기가 와서 그런지 참 평온하다. 휴지로 땀을 닦고 음료수 한 잔 마셨더니 시원하다. 나는 서울의 야경이 좋다. 내 20대 후반을 꿈꾼다. 다이어리에 남아있는 옛 자취들을 보며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닌데 이상스레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할 일이 많다. 홍정욱이 말하지 않았던가.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고. 간간히 시원스레 소나기가 와서 그런지 세상이 참 조용했던 날이었다. 나는 조용하고 차분한게 좋아졌다. 시끄러운 바보다 옛 전통찻집이 좋아진 걸 봐도 그렇다. 오랜만에 지하철 막차로 출근했던 것 같다. 몇 달 전에는 항상 지하철 막차 놓칠까봐 노심초사 하기도 했었고, 드문 지상의 지하철역인 대림역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도 참 좋아했었는데... 막차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옛 다이어리를 보았다. 짧지만 매일매일 사건만 간단히 적어둔 기록들이 2월 중순을 끝으로 사라져 있었다. 지난 연말 한창 홈페이지에 빠져있던 기록도, 또 매일 어떤 이를 만나 어디서 얼만큼 술을 마셨다는 기록도 눈에 들어오니 환히 기억난다. 아하, 참, 그 땐 그랬지. 남아있는 기록이 고작해야 작년 10월 중순부터이니까 아무리 세어봐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다가온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어떤 다른 세상의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학원 강사를 하고 있던 그 무렵, 나는 대개 여자들을 만나 술을 마시곤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단절. 사생활의 공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문득 그토록 기다려왔던 새천년의 여름이 아무런 기억 없이 다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처서, 작년 여름이 가고 있을 무렵 느꼈던 사랑이야기가 떠올랐다. 끼익끽끽끽끽끽끽, 끼익끽끽끽끽끽끽. 666의 amokk을 들으며, Rialto의 Summer's over MV를 보며 느꼈던 아쉬움을 생각하며 살짝 웃음지었다. 내게도 그런 사랑을 갈구했던 시절이 있었더랬지. 나는 이제 내 20대 후반을 생각한다. 과거, 향수, 감상은 충분히 생각했다. 나는 당당하게 내 잔치 끝난 서른을 맞이하고 싶다. 여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 가고 있다. 어쩐지 여름처럼 느껴지는 내 젊음도 이제는 다른 세상의 내 이야기처럼 느껴져 온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9,04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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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Re 1: Webs Mook vol.2소감문.. 마르티나 2000/07/239113
780    Diablo II handsome 2000/07/21128554
779    열심히시군여...-_-;; J.Ceaser 2000/07/20125054
778답변     Re 1: 열심히시군여...-_-;; achor 2000/07/219421
777잡담   2000년 7월 19일 대림역에서... achor 2000/07/20101742
776      Re 1: 2000년 7월 20일 대림역에서... 마르티나 2000/07/207701
775답변       Re 2: 2000년 7월 20일 대림역에서... achor 2000/07/218003
774    얌. 無性 applefile 2000/07/19114246
773    warning 사타구니 2000/07/19106670
772    [우산] : ) 마르티나 2000/07/181753111
771답변     Re 1: [우산] ) achor 2000/07/198571
770잡담   朴家가 많군요. handsome? 2000/07/181913141
769답변     Re 1: 朴家가 많군요. achor 2000/07/197961
768        Re 2: 우와! 와우! handsome 2000/07/198762
767    환영인사에 감사합니다. 오징어 2000/07/181557131
766답변     Re 1: 환영인사에 감사합니다. achor 2000/07/198201
765    히죽 ~ :D applefile 2000/07/182209156
764답변     Re 1: 히죽 ~ D achor 2000/07/199251
763잡담   [RE]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오징어 2000/07/171392134
762      Re 1: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 신갑 2000/07/1711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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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