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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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난밤에도 더위에 지쳐 잠에서 깬듯한 기억인데

어느새 제법 쌀쌀한 기운으로 온밤이 가득합니다.

계절은 도둑과 같이 온다더니 그말이 맞나요. 가기싫은 발걸음에

쉴새없이 빗물만 뿌리곤 드디어 여름이 가버렸군요.



아직 어린 꼬마였던 17살 시절에 살아있는 것이라곤

상상하기에도 벅찬 감수성. 그때 만났던 24살의 청년에게서

향기있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계절의 향기를 느끼게 된것이 말입니다.

감히 오직 저만이라고 자신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향기는 오로지 저만이 이해할수 있는 제 특권이기도 하지요.

하루를 마감하는 하교길. 투명하게 흔들리는 바람속에서 가을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나는 가끔 닉네임이 아닌 내이름으로 이곳에 오고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꾸며지지않는 진실함으로 다가갔을때 돌아오는 따뜻한 한마디흔적을 원하기도 합니다. 이곳을 찾는 다른이들처럼.

우리는 영원히 같이 있을수도 있고

영원히 잊혀질수도 있고

또는 전혀 무심히 지나쳐 버릴수도 있고

기억조차 무뎌질수도 있으나.

나는 가끔 이미 만들어져 버린 내모습을 버리고 빠져들고 싶을때가 있고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맥동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으니. 정말 가을인가 봅니다.







본문 내용은 8,98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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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