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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 비가 내리는 날엔 그때가 생각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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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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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왔고. 전 오늘 좀 심드렁했어요.
*
민물장어님은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시는군요. 민물장어님이 부러워졌어요.
초등학교때 전 비가 오면 그냥 맞고 집에 갔어요.
엄마는 회살 다니셨거든요. 우산을 들고 나올 사람도 없었고.
전화하고 기다리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집까지 5분이면
갈 수 있었거든요. 오전반 오후반 이렇게 수업하던 때에는 집에서
학교 종치는 소리도 들리는 그 정도 거리요.
비가 오면. 그래서.
무조건 뛰었어요.
무조건 무조건. 그냥요. 정신없이 뛰면 금방 집 앞이었어요.
*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엄마가 집에 계셨죠.
비가 오면 으레 애들은 전화를 거는데, 전 맨날 낯설었어요.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으니까.
비가 오면, 그냥 좀 비를 맞으면 되고. 집에 가서 교복은 빨면 되니까.
나는 씻으면 되고. 가방안에 책들은. 그래, 뭐 얼마나 젖겠어??
그래서 그냥 집에 오곤 했어요.
비가 좀 심하게 많이 오는 날도 그랬어요. 그냥 그게 자연스러웠으니까.
비가 많이 온 날, 언제나처럼 집에 가는데,
비를 맞아서 교복이 찰싹 붙고 머리도 얼굴도 엉망인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우산을 씌워주겠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비는 이미 맞았는데. 어떻게 거절해야할지 낯설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엉겁결에 우산을 같이 쓰게 됐는데. 마른 그 오빠 옷에 물기가 막 묻으니까
너무 미안하더군요. 불편해서 그렇게 딱 한 모퉁이 걷다가 뛰어와버렸어요.
한참이 지난후에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죠.
또 똑같이 그랬어요, 엉겁결에 우산쓰다가 또 이번엔 횡단보도에서
막 가버리고..
얼마전에 비를 많이 맞고 가는 한 애를 봤어요. 그냥 씌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 나같은 애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씌워주겠다는 말도 못 꺼내봤어요.
*
오늘은 아주아주 큰 우산을 썼었어요. 아세요? 비치우산같은거요.
가지고 다니기는 힘들었지만 비를 거의 하나도 맞질 않았어요.
그 우산, 되게 좋은 우산인지도 모르겠어요...
* 오늘은 비가 왔어요
*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아요
* 수업 후 도서실에서 공부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았죠
* 초등학교 땐 비가 오면 엄마가 교문에 우산을 들고 서계셨는데.
* 그저 아득한 기억만 간직한 채
* 도서실 기둥 밑에서 언제나 비가 멎으려나 담배 한대를 피웠어요.
*
* 오래전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 5시간동안 날 기다렸던 그 사람이 생각나더군요.
* 온통 비에 젖어..
* 하지만 그땐 몰랐었죠.
* 지금은 내가 그리워 함을..
*
* 한번은 중학교 때 첫 등교날 지각을 할 뻔 했어요.
* 바쁜 나머지 택시 부를 생각도 못하고 집 뒤에 있는 길로 나가
* 출근하는 어느 승용차를 엄마가 잡았죠
* 그리곤 그 차를 타고 등교를 해서 간신히 지각을 면했는데
* 아직도 그 운전하던 아저씨(?).. 총각이 생각나요
* 꽤 핸썸한 얼굴에 깊게 파인 쌍커풀 (개인적으로 쌍퍼풀 있는 남자는 별로지만 참 멋있었죠), 그리고 매력적인 향수 냄새와 흐린 날씨에 어울리는 잔잔한 팝송.
* 사춘기 시절 처음 남자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그 사람.
* 이젠 추억속에 고이 남아 있답니다.
* 지금쯤은 이쁜 아내와 함께 잘 살고 있겠죠?
*
*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 교실 뒷문이 슬며시 열리더니 엄마 얼굴이 보였어요.
* 바쁜탓에 아무차나 잡아 딸을 태워보내고 나니
* 혹시 납치라도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셨던 거죠.
* 밖엔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는데
* 아직 우리차가 없었던 그 시절, 엄마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 딸이 학교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려 오셨던거에요
* 도착하시자 마자 신발장에 윤아 신발이 있나 없나 확인을 하시고
* 그제서야 다음부턴 절대 이런일 없을거라며
* 다짐하고 다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다는군요.
*
* 어머니의 사랑이 더욱 애틋한 지금
* 너무나 그 시절이 그립답니다.
* 하지만 언젠가 지금 오늘을 그리워 하는 날이 올것을 알기에
* 좀 더 나은, 좀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 난 열심히 살겁니다. ^^
*
* 잘 살아보세!
* 새마을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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