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3: 비가 내리는 날엔 그때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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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잡담
Re 3: 비가 내리는 날엔 그때가 생각나



비가 오는 날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깨끗해진다는 그 기분이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저 역시 이승복 전기를 읽었고

스케치북 가운데엔 빨간 괴물 손과 하얀 손이 악수하는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반공 웅변대회를 위해 북한 타도란 사상무장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열심히 소리쳐가며 연습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왜 그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었는지... 씁쓸합니다.



전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 시냇물을 지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것을 기억합니다.

달팽이를 잡기 위해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던 것도 생각납니다.



비가 내리는 날...

방과 후 우산이 없으면, 친오빠를 떠올렸습니다.

오빠 학교 문 앞에서 우산을 들고 차를 가지고 기다리실 어머니가

그리웠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열심히 집으로 향해 뛰지 않고

걸었습니다. 흠뻑 젖어서 가면, 엄마가 좀 이뻐해주실까.. 란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고, 비 오는 날..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굉장히 뭐랄까.. 무척 심하게 아픈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울기까지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때 제가 어떤 심정이었는지조차

희미하게 해 줍니다. 망각의 술을 마신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먹던 컵라면 맛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의 편의점은 어수선하면서도

우리들에겐 유일하게 편한 장소였거든요.



음.. 재수생일때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 아침엔 손님이 없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멍하니 문 밖을 바라 보았죠.

쎄차게 비가 내릴수록 행복했답니다.



현재 비 오는 날은 전 아직도 좋아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태양만 이글거리는 마른 사막에

오아시스를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 저만의 비를 만듭니다.

어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듭니다.

그것이 제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본문 내용은 8,96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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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