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작성자  
   achor ( Hit: 1566 Vote: 56 )
분류      잡담

중, 고등학교 시절 저는 펜팔을 했었습니다.

영어공부를 한다고 시작한 국제펜팔이

어쩌다 보니 중국 교포나 다른 지역에 사는 내국인이 대상이 되어

결국 영어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국제친선협회로부터 상을 받을 정도로

조금은 활발한 활동을 했었지요. ^^;



그러던 것이 대학교 1학년이 되면서부터

이것저것 바쁜 일들이 생기게 되고,

또 집을 떠나 사느라 모두들 연락이 끊기게 되었었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업무에 관련된 메일도 제때에 못 보내고 있는 판국에

펜팔을 하게 생겼네요. 허허. ^^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월 즈음에

야혼, 용팔과 신림동에서 술을 한 잔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 날도 거하게 취해

언제나처럼 우리는 거리에서 헌팅을 하였었지요. ^^;



믿을 수 없겠지만 우리들 헌팅 실력은 꽤 된답니다.

아니 실력 보다는 꾸준한 시도에 더 점수를 줘야할 지도 모르겠군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병대 구호를 외치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어쨌든 꼭 헌팅을 해내고 맙니다. 불끈. --+



그 날은, 이제는 사라진 우리의 단골 술집, 난쟁이빤쭈와 스머프에서 한 잔 하고,

2차로 두꺼비핵교를 갔었습니다.

두꺼비핵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음에도 부킹의 메카이지요.



먼저 야혼이 선방으로 나서서 한 껀 해냈지만

음...

그러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는 역시 최선을 다해 시중하고,

다시 거리로 나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제가 근처 오락실에서 펌프 하다 나오는 여인 둘을 발견,

돌진하여 헌팅에 성공하였었지요.

용팔군은 어머님이 오셨다 하여 먼저 집으로 향했고,

야혼과 저, 그리고 그 두 명의 펌프 여인과 그 날 밤새도록 술을 마셨는데

세상에, 나이가 동갑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토록 약간 양의 부킹, 헌팅을 해오면서

동갑을 만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이제는 동갑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



어쨌든 그 날, 야혼은 술에 취해 언제나처럼

거리의 여인들을 몰고 다녔고, 허허. --;

(여인을 몰고 다닌다는 의미를 아시나요? 우니구니씨라면 알겠군요. ^^;)

나머지 저희는 모두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답니다.



원래 부킹, 헌팅의 도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만나 놀고 나서 다시 연락을 하는 일은 절대적인 금지.

그 날도 참 즐겁게 놀았지만 술이 깬 다음날은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며칠 전 메일을 받았던 거예요.

그것도 전혀 쓰지 않는 hanmail로. --+



그 펌프 여인 중 한 명이 메일을 보내왔던 것이지요.



그렇게 상대방의 연락처를 찾아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아마도 제 이름이 특이하기에 누구나 다 쓰는 hanmail에서 아처,란 이름으로 찾았나 봅니다.)

또 기분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 펌프 여인이 말하기를 펜팔을 하자고 하더군요. 허허.

꺾여진 20대가 펜팔이라니. --;



사실 여기 가끔 찾아오는 applefile이란 친구도

펜팔로 인해 친해진 경우이긴 합니다.

제 홈페이지 어딘가 쓴 기억이 있긴 한데,

운명에 관한 장구한 토론,이란 제목이던가요?

여하튼 대학 2학년 무렵

지금 같아선 절대로 그런 주제로 메일을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 시절엔 그렇게 메일을 통해 친해졌었답니다.

다만 applefile은 펜팔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로

메일을 주고 받았던 경우이지요.



조금은 기대가 됩니다.

과연 짧은 시간, 얼굴 한 번 본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그렇지만 좋은 기억들, 많이 남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82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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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