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구나. 나 역시 너무 답답한 마음에 뉴욕을 좀 다녀왔다. 아...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나 혼자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왔단 말이더냐.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뉴욕이라는 곳으로의 여행 역시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아 상상으로 막연하게 다녀온 것에 지나지 않았어. 그렇지만 많은 것을 보았고 다양한 깨달음이 나를 맞았다구. 뉴욕은 가을이었는데 첫 느낌은... 마치 삼성동의 코엑스 같았어.
나는 코엑스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건 말하자면 커다란 건물이 깔끔하고 촘촘히 들어서 있는 그 곳을 바라다 보면 말이지 마치 하나의 도시를 보는 것 같아. 도로 한 블록 정도의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는 공원이 있고 회사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쇼핑 공간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살고 있지.
뉴욕은 그런 코엑스의 확장판이라고나 할까? 무척 낭만적이었어. 뉴욕의 가을을 바라보는 것은 시원한 재즈 음악을 듣는 일과도 비슷했으니까.
세련된 정장을 입고 뉴욕 한 복판을 걷고 있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나쳐도 뉴욕의 어느 구석에서도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것이지. 나는 완전히 뉴욕과는 별개의 인간이 되어있었던 것이야. 한마디로 나는 뉴욕 사람이 아니었어.
그때 같이 사는 친구놈이 들어왔어. 어제 외박을 했는데 어찌된 일이라 물으니 술마시다 13대 3으로 싸우고 경찰서까지 갔다가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더군. 어찌되었건 그 놈에게 “지금 뉴욕에 다녀왔다.”라고 하니까 역시 내 예상대로 “미친넘.”이라고 이야기 하더군. 나의 예상을 빗겨나가지 못하는 틀에 박힌 녀석 같으니라구.. -_-+
그래도 뉴욕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상상으로 미치는 것은 좀 낭만적이지 않냐?
아... 뉴욕...
나는 어딘가 잘못되어있어. 멀리 길을 떠나는 사람은 신발을 고쳐 신는데, 나는 왜 아직도 집 한 구석에서 망설이고 있는걸까? 물론 뉴욕이라는 것은 어쩌다 떠오른 허구의 도시이고 어쩌면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일지도 몰라. 그 곳으로 떠나야 하는데.. 나의 인생 전문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왜 떠나지 못하고 있는걸까..
내 친구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야.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신발을 고쳐 신는다.
무엇인가 목적을 정하고 그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그리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지. 단지 신발을 고쳐 신고 묵묵히 가야 할 곳을 걷는거지. 그 동안 나는 신발을 신을 생각은 안하고 지도를 꺼내 놓고 지름길을 찾으며 언제쯤 도착할까 넋두리를 하고 오늘 출발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내일을 기약하곤 했지.
나는 그 시절에도 그랬지만 아직까지도 비트,라는 김성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속에서 로미 또한 뉴욕을 이야기 하더구나.
그녀는 뉴욕의 재즈에 대한 예찬을 했다는 게 조금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지만.
마지막 결승전, 100m 출발선상에 서있는 선수들의 기분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들 또한 각오를 다지며 신발을 고쳐 신고 있겠지.
그러나 결국 승리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의 몫이라는 것, 또한 선천적인 재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것들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일 지도 모르겠다.
오해다. 처음부터 초칠할 생각은 없다. --;
파이팅이다. 네가 무엇을, 어떻게 하더라도 네 멋을 잃지 않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