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를 위한 잡담

작성자  
   achor ( Hit: 6644 Vote: 3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잡담

1.
어제 혈파티를 마치고 나서 렙업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금 더 게임을 하게 됐는데 말야,
우연찮게도 향기와 같은 파티가 되었던 거야.
게다가 파장이었던 고렙 엘더가 자신과 동렙 이상인 몸빵만을 구하다 보니
몸빵을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워터송 하나만 믿고 간만에 내가 또 몸빵을 하게 됐어.

결계를 가려 하다가 닭장에 사람이 없기에
편하게 닭장을 누비며 사냥을 했고,
1렙 했더니 온통 붉은 빛이었던 몹들 사이에서
슬슬 노랑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워터송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더라.
지난 번 워터송도 없이 어쩔 수 없이 몸빵을 할 때는
피가 쭉쭉 빠져 힐러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엔 아무도 없는 닭장을 누비며 엄청나게 몹을 잡으면서도
힐러들의 만엠이 유지되더라고.
단검 파티라서 공격력이 상당했던 덕도 있겠지만.



2.
그게 문제였던 거야.
엠이 많으니 역시 얼터쇼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우리의 고렙 소싱은 얼터쇼를 위해 몹을 왕창 몰아왔지.

그런데 소싱이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었나 봐.
몸빵이 헤이트오라를 써줄 것을 기대했었는지
몹이 힐러를 치는데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고.

순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향기가 바로 눕고,
그 고렙 엘더 또한 누워버렸지.

힐러 둘이 눕고 나서도 별 위기 없이 그 많은 몹을 정리해 낼 수 있을 정도로
파티의 능력은 괜찮았는데 참 아쉬운 일이었어.

어쨌든 다시 부활하고, 사냥은 계속 됐는데
역시나 엠이 남다 보니
망각의 동물인 인간들은 잠시 전의 사망을 잊은 채
또 다시 얼터쇼에 대한 외침.

이번에는 어비스 한 명이 몹을 몰아왔는데
사람이 없던 닭장이었는 데다가
그 어비스가 최소플레임이라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대.
어마어마하게 몹을 몰아왔더라고.

어비스가 돌아오자 소싱은 노래를 부르고 얼터.
그 많은 몹들을 거의 다 정리를 하고 몇 마리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고렙 엘더가 파콜 2단계를 시전하더니
바닥에 가득한 아덴과 아이템을 줍지도 못한 채
까만 화면 이후엔 기란마을이 눈에 들어오더라.



3.
그 엘더는 연신 미안해 했어.
몹들이 향기한테 몰리는 줄 알고, 또 한 번 누운 전례가 있었기에
파콜을 시도했었나 봐.

나는 그간 엘더와 원체 많이 사냥을 해왔으니
그 파콜의 고통을 잘 알 수 있어서 괜찮다고 말을 해줬지.

파콜. 참 어려운 일임은 분명해 보여.

파티의 위기 상황에 있어서 최후의 독단적인 결정권자,라는 압도적인 권한에 뒤따라
파콜을 하지 못하고 전멸을 해도 욕 먹고,
또 자칫 위기라 느끼고 파콜을 해도 욕 먹는
그 책임까지도 막중한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인간들의 상황 판단은 워낙 개별적이기에
어떤 이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 느끼는 일이
어떤 이는 별 것 아닌 일처럼 느끼기도 하니
그 얼마나 난감하겠어.



4.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막중한 책임감에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모두가 각각 역할을 맡고 있는 파티플에 있어선
다른 이들 역시 그런 책임을 갖고 있을 테니 말야.
이를테면 파티의 능력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몹을 몰고 와 파티를 전멸시키는 몸빵이나
제대로 일점사 하지 못해 힐러의 엠을 낭비하게 하는 데미지딜러나
그 책임감의 차이가 다소간 있을 지언정 나름대로는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잖아.

곧 상황을 충실하게 판단한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신뢰하고,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파티원들에게 미안해 하면 되는 일이지,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거나 너무 큰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누구라도 실수는 할 수 있는 문제이니 말야.

또한 우리의 실수는 곧 보완되어 눈에 보이지 않게 넘어갈 수 있지만
엘더의 실수는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는 걸 이해하고
엘더 또한 내가 했듯이 그저 한 번 실수한 것밖에 없다고 넓게 아량을 배푸는 자세 역시 필요하겠고.

엘더가 많은 우리 혈이기에,
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엘더들을 위해 몇 자 적어봤으니.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57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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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검성
저번에 해던 용던파티에서 소싱의 방어력 올려주는 버프를 받아봤는대
무려 100이라는 수치가 올라가는걸 보면서 혈에 고렙소싱이 없다는게 조금 안타까웠어
검투사님이 빨리 커주시겠지 뭐....^^

 2004-06-02 11:16:24    
재즈검성
아처 니가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는걸 알고있고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을하는대
너무 그렇게 신경쓰다가 스스로 지쳐버리지 않길 바랄뿐이야
예전에 제비뽑기로 혈맹주를 선택했을때 괜히 니가 선택된게 아닌듯해

 2004-06-02 11:18:48    
v설야v
지난 글들 쭈욱 훑어내려가면서...
한마디...
가장 아래 몇 자 적어봤다고 했는데...
몇자가 무려 3,357 바이트수나 된다 -_-;;;

 2004-07-20 16:07:52    
achor
그랬군. --;
이 글이 어느새 벌써 쓴 지 2달이나 되어 가네. 그 때에 비해 화력도 강해지고, 렙도 높아진 지금은 용던 파티에 있어서 파콜을 쓸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과거 나이트 몸빵이 몹을 끌어오면 먹이를 기다리던 새끼새처럼 나머지 격수들은 다들 달라 붙어 사냥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려. 그 시절 그 나이트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2004-07-20 17:56:43    
v설야v
패치가 되면 또 다시 나이트들의 전성기가 찾아올것이라고 봐..확신...
하지만 또 세월이 흐르면 단검계열을 비롯한 회피캐릭터들의 전성기
가 또 찾아오겠지...이것은 NC 의 캐릭터 밸런싱의 부조화 탓일테지..
어쩜 아이큐수가 정말 두자린가...개발자의 두뇌보다는 기획자들의
두뇌가 의심스럽군...쩝........................................................

 2004-07-21 01:06:49    
tobewithu
패치후에 나이트라면 말이지.. 나의 에상인데 여전히.. 전성기는 안올듯.. 몹레벨이 70이상 올라가지 않을듯 싶고.. 또한 스킬이나 마공을 하는 몹들 역시 나이트도 아픈건 마찬가지거든.. 스킬이야 어쩌다 한두방이니 그런다 치고 마공은 1순위 어그로 PC를 공격하지 않는 지금의 몹들 패턴으로 보아 힐러나 데미지 딜러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지.. 따라서 몸빵 혼자 마방이 좋고 화력이 딸리는 나이트 파티보단 워터+헌터+레지송 퓨리+워리어or파이어+레지송 힐러 레지 버프로 파티 전원의 마법 저항력을 올리고 순식간에 몹을 녹여버리는 화력 위주의 파티 구성이 여전할듯 싶어.. ㅠ.ㅠ 불쌍한 제우스..

 2004-07-21 11:18:11    
v설야v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므로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쥐.....별 기대는 안한다만....ㅡㅡ;

 2004-07-21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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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11/2003 07:58:02
Last Modified: 08/23/2021 11: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