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밤바다 왕자지를 아시나요?

성명  
   achor ( Vote: 14 )

얼마 전 서울대학교 익명게시판에
아직까지 많은 통신인들의 뇌리에 굵게 남아있는
야설의 거장, 밤바다 왕자지님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부모님 집에서 빈둥거리던 중에
난 예전 XT 시절 사용했던 2D 디스켓들을 모아놓은 디스켓 박스 속에서
이야기 4.3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접속번호가 157이었던 그 시절...

그 때는 통신에 찬란한 오후 햇살과 같은 낭만이 있었다.
펜팔을 하러 중딩 때 갔던 건대 앞에서 느꼈던
그 막걸리 속의 대학문화와 같은 낭만...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의 통신인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확실한 문화가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다.

친구와 잡지에서 찢은 모뎀관련 글 한 장을 달랑 들고
용산으로 달려가 아무 것도 모른 채 모뎀을 사가지고 와서
컴퓨터에 끼어놓고는 처음 접속하던 그 때...

통신검열이 없던, 한창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시절
마음껏 밤바다 왕자지님의 황홀한 글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그 때...

수많은 상용자료와 야사, 야설들을 위해
수십시간을 시도해도 한번 걸릴까 말까였던 그 사설 BBS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밤잠을 포기한 채 뜬 눈으로 '딩동댕'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던 그 때...

1M byte를 받기 위해서는 자고 일어나야 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당시 하이텔 개오동에서 영덕님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던 스파2는
내게는 하나의 놀라운 신화였고,
밤바다 왕자지님의 섹스철학을 바탕으로한 달콤한 야설은
내게 최고의 문학이었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또다시 담배 한 대를 피운다. --;

후아~
분명한 것은
난 이제 17살 소년이 아닌데 말이다.












3상5/476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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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27/2025 10: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