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학부제의 의의가 어쩌구 존립과 돈의 문제가 어쩌구 하는 것만으론 안된다
문제는 행정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많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지껏 사람들은 이 문제를 가장 소홀하게 보았지만.......
사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학부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학교 생활의 기초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1) 졸업이수학점의 하향조정
학부제 하에서 많은 학생들은 다중전공 내지는 조기졸업을 염두에 둔다...
제도가 그러라고 만들어졌고, 또 그를 위해 문호가 열려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졸업학점이 여전히 학과수준이라면?
따라서 졸업이수학점은 당연히 하향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개의 학교들은 130학점으로 수준을 낮추고 있으나
120학점으로의 하향조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차피 학부제 하에서는 전공 지식의 심화을 목적으로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을 위한 자기발견 정도의 수준으로 전공을 가르치고
따라서 실용적인 부분의 접목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졸업이수학점을 필요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 자체는
학부제의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시행하겠다는
무모한 발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2) 전공 커리큘럼 및 교양 과목의 완전 개편
전공 선택의 자율화라는 목적 하에서 설립된 학부제...
그러나 학과제 시대의 커리큘럼을 존속시키는 것 역시...
학부제를 단순한 계열화로만 보는 이들의 안일한 발상이다
과목은 실용적이면서도 전공 지식의 습득에도 도움이 되는 수준에서
(분명히 단언하건데, 이 제도 하에서 전공에 대한
심화된 지식을 얻으리라 바라는 것은 정말 무리다..)
전공 커리큘럼을 바꿔야 하고..
교양과목에 있어서도 이런 점에 착안하여 커리를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어문의 경우처럼 전공선택을 모조리 교양선택과 바꿀 수 있다는 말 역시
학부제를 미끼로 한 대단한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다...
3) 다중전공의 폭 전면 확대
유럽의 경우 동일계열에 한해 다중전공이 단 하나 허용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
학부제라는 제도로 전공 선택의 문호를 개방하고서는
다시 이를 전공 제한으로 막아버리는 것이
온전한 학부제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문과대학 불어학, 영어학 전공자가
컴퓨터학을 전공하여
컴퓨터 언어처리를 연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유럽의 현 제도 하에서라면
컴전공은 절대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 있어 어문은 유럽보다 훨씬 진보된 면에서의 학부제를 추진하고 있다
전 계열에 걸쳐(단, 의대 약대는 제외) 3중전공까지를 허용하고 있으며
각 전공의 최소 이수학점은 모두 36학점이다
유럽의 경우 단대별로 전공 최소 이수학점이나 기준이 모두 다른데
이런 문제 역시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제한하는 이상
학교 본부에서 단일화하는 것이 옳다
4) 전공 기초 과목의 기준 설정
요즘의 유럽의 상황을 보면
전공을 수강하기 위해 밤을 새워 수강신청을 하고
교수들의 경우도 전공기초에 더 치중을 하는 등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행정을 하고 있다
이는 모두 특정 전공을 수강하기 위함인데
(영문, 사회, 심리)
이것이 옳은 현상이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은 여러 가지인데
전공 기초 과목의 절대평가화나 완전 폐지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불가하다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 최근의 전공기초 과목의 양상을 보자면
교양과목 수준으로 질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전공기초 과목의 수강생이 매우 많아 대형화되고
(보통 100여명을 기본으로 한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도 특정한 사람이 계속하다보니
(일부 과목에서는) 강의가 관성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연구할 시간조차 없는데 강의가 제대로 될 수 있는가?)
따라서 전공기초 과목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필요하다
전공 기초에 그 전공의 운명을 걸 수는 없잖은가?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대안을 내놓기 주저스러운 것은
내가 몇몇 전공의 사정만 알기 때문임을 양해하기 바란다.. )
5) 연계전공, 통합교과목의 확대
유럽의 최대 장점이라면 연계전공(`99학번)과 통합교과목 제도라 할 수 있다
연계전공은 몇몇 전공에서 함께 하나의 전공을 운영하는 것이고
통합교과목은 몇몇 전공이 함께 여러 교과목을 개발, 수업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각 전공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전공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여 학구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제도를 전 전공으로 확대한다면
학부제 본래의 의도인 전공 선택의 자유와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접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 전공 승인 기준의 조정
이는 유럽의 경우엔 2중전공의 폐지
어문의 경우 성적순 사정제의 폐지와 연결된다
이미 4항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전공 승인 기준의 불합리는 가장 많은 학생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문과대(인문대)처럼 전공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경우엔
그 파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전공 선택에 있어서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교, 강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전공 승인 기준에 대한 행정적 재조정이 필수적이다
이에는 물론...
2중전공이나 성적순 전공 사정이라는 악법 역시 포함됨은 물론이다
이는 사실상의 전공 차별화 정책으로
이런 제도가 잔존하고서는
올바른 학부제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타 단대 전공 승인 기준의 경우도 이에 포함되겠다
이미 언급한 전공기초 과목의 재조정 역시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하나의 대안으로 지적될 것이다
7) 불합리한 학칙의 폐지 및 개선
유럽의 경우 부전공이나 전과, 복수전공 제도가 잔존한다
특히 전과는 동일대학 내로 한정하여
(동일단과대를 말한다)
학부제로 개편된 하에서는 사실상 사장되어야 옳을 조항임에도
아직까지 남아서 많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따라서 이런 독소조항(뒤져보면 꽤 되지만, 여기선 지면 관계상 생략)을
하루빨리 폐지 및 개선하고 그 대체조항을
`96이나 `97에게 소급적용하는 것이 옳다
사실 학교에서는 이것을 소급적용하는 데 대해
상당히 난감해하긴 하지만
그동안 이런 조항으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학생들을 위한다면
마땅히 소급적용함이 옳을 것이다
8) 계절학기 시스템의 개편
이미 많은 학생들이 계절학기를 통해 교양이나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사실 계절학기는 학부제 하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 계절학기에 전공을 개설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된다
계절학기에 전공기초를 이수하는 것 역시
앞에서 이미 지적한 대로 그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 계절학기에 전공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제도의 시행에 대하여 학교 측에서 더 이상 겁을 낼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9) 성적 평가 방법에 대한 개선
많은 학생들이 학부제를 싫어하게 되는 것은
모든 과목을 상대평가로 함으로써
집단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본인의 노력과는 상관없는 점수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이 문제되는 것은 외국인 강사의 수업으로
수업의 이해와 능력의 진보도와는 상관없이
단순한 집단의 상대적인 평가만으로 점수가 나오므로
외국 거주자나 외고 출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빈발하는 탓이다
따라서 최소한 원어 수업에서는 절대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전공 기초 외의 과목에서는 상대평가를 배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10) 전공 과목에서의 학년 제한 폐지
학부제 하에서는 능력만 있다면
1학년 2학기부터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수강할 수 있고
2학년 2학기 정도에 자신의 1전공을 모두 수료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지금 현재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
따라서 그런 학생의 경우 3, 4학년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년 제한이 있을 경우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일부 교수의 경우 그런 수업에서 저학년의 수강을 원천봉쇄하는 수가 있다)
유럽의 경우 심화전공, 일반전공 제도가 있어
사실상 3,4학년용 전공 학년구분을 잔존시키고 있는데
이는 여러모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실 고학년의 하향 수강도 문제이긴 하지만
학년별 수강을 잔존시키는 것은
결국 학과제 방식으로 학부제를 이끌겠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차라리 심화 전공과 일반전공으로만 시간표를 구성하는 것이 낫지)
따라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지금의 학년별 수강편람(수강시간표) 제작을
전공 난이도별 구성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11) 선수강제도의 실시
사실 학부제 하에서도 유럽은
꿋꿋이 후수강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덕분에 어느 수업은 중간고사 때까지도 교실을 못찾아
건물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특히 전공기초의 경우 분반이 안 되어 엄청난 인원이 수강을 하는
대형화 현상도 빈발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바
선수강제도의 실시는
정확한 수강인원의 파악과 그에 따른 교실의 적절한 배치
교, 강사의 업무 부담 감소
수업 능률 향상 및 학생들의 과열 수강신청 예방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수강인원을 무리하게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피해야 하며
개강 직후 수강변경에서도 제한을 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수강변경시 추가 신청자의 편의 역시 최대한 도모해야 함은 물론이다
12) 성적 공시제도의 실시
학부제 하에서는 상대평가가 사실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확한 성적 평가 결과를 알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유럽처럼 사전 공시제도의 실시가 없는 경우엔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학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알 권리의 침해 및 전공 수강 계획 등에 차질을 빚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해진 기일 내에
전 교, 강사가 자신이 담당한 수업의 학점을
학생들에게 민주적인 방법으로 공개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점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유럽의 경우도 `98년 1학기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시행이 사실상 안되고 있다
물론 어문의 경우엔 `96년에도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13) 타 단대, 타 대학과의 정보 교류
학부제의 제도는 학교별로 특성이 있고,
지금까지의 비교에서 살펴본 바대로
각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도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학부제의 정착에 서로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대학간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작업도 만일 학교측에서 했다면
훨씬 빠른 대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학생들의 선의의 피해도 적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 단대, 혹은 학교에서
상호간의 학부제 정책을 비교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피는 한편
학교 간 학점 교류 및 정책적 교류를 한다면
적어도 일본보다는 훨씬 월등한 수준의 학부제 정착이 가능할 것이다
14) 대학 3주체의 학부제 협의체 구성
사실 이건 학생회 사람들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부분이지만
잘 이루어지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학부제의 시행을 위해서는
분명 이런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시정이 절실함을 감안한다면
학부제 협의체는 반드시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을 논의에서 배제시키려는 의도는
학부제의 수혜자 내지는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학생회의 경우, 정파의 이익에 따라 학부제를 인식하려는 시도를 버리고
학부제의 올바른 정착과 학생들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학부제를 인식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