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와일드는 말했다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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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131 Vote: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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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커트 와일드는 말했다

1.
커트 와일드는 말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세상이 우리를 바꾸었다,고...



2.
딱 9년 전 이맘 때 봤던 Velvet Goldmine이란 영화다.
1999년, 진짜 세기말은 2000년이었지만 오히려 새천년의 시작보다 더 세기말 같았던 그해 말.
http://empire.achor.net/ae_munhwa/75

당시 세상은 세기말이 주는 집단최면에 걸려있는 상태였고,
영화는 섹스와 허무, 그 둘로 양분되고 있었다.

이 Velvet Goldmine이란 영화 역시
동성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특히나 당시 매우 유명했던 이완 맥그리거의 성기노출까지 덧붙여 져서
세기말 섹스영화의 핵심이자 더 나아가 거의 이상한 등급의 영화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 만큼은
매우 '전위'적인 영화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재미있게 보지는 않아서 다소간 실망을 하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9년이나 흐르고 난 지금에 와서 되새겨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였던 것 같다.

나는 영화를 통해 Glam-Rock이라는 걸 알았고,
또 David Bowie 시대의 젊은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Glam-Rock의 다큐 같으면서도 한 편의 MV 같은, 매우 감각적인 영화였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들은 어느 시대보다 자유로운 젊은이들이었던 것 같다.



3.
이제는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영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지만
그 시절엔 '이반'이라는 명칭이 있었다.

이반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Ivan의 중의적인 사용이나 어느 긴 영단어의 약자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이라면
그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이 '이반'인 거라고 스스로 칭했던 게다.

친구 중에 한 여자아이는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은근하게 말하고 다녔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어느 시대나 새로운 문물이나 유형에 앞서고 싶어하는 자들은 존재하는 법이고,
또 남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자들이 있지 않던가.

그녀는 진짜 이반이 아니라 이반을 흉내냄으로써 앞서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었으리라.



4.
동성애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다.

무엇이던 간에
영화 속 주인공, 커트 와일드는 정말로 좋은 말을 해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세상이 우리를 바꾸었다,고...

하이데거는 학문을 함에 있어서도
자신이 하고픈 걸 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쓸모가 있는 걸 해야한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릇 젊은이라면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라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아처웹스.가 망해감에 따라 곱씹어 오다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 해진 저 말이
오늘 왠지 모를 위안을 준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보니 세상이 우리를 바꾸었다,고...

- achor


본문 내용은 6,27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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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1/02/2025 17:18:02